[지금 SNS에서는]하나의 작은 움직임은 프사만 바꿉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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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너는 왜 프로필 사진 안 바꾸니?”

세월호 침몰 사고를 취재하는 동안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요새 뉴스를 보아도 도통 믿을 수가 없으니 현장의 이야기를 알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늦은 밤 전화로 이것저것 이야기하던 그는 갑자기 제 SNS 프로필에 관해 물었습니다.

그가 말한 프로필 사진은 노란색 바탕에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라는 문구가 적힌 이미지였습니다. 700명쯤 되는 제 카카오톡 친구들 중 약 30%가 이 이미지를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고 있더군요. “그 슬픈 광경을 목격하고도 동참하지 않느냐”며 채근하듯 묻는 질문에 달리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인터넷에선 ‘노란 리본’에 대한 눈살 찌푸려지는 논쟁이 오갔습니다. 대부분 게시물은 이 캠페인을 알리는 수준이었지만, ‘동참해야 행동하는 시민이다’라는 식의 우월감에 가득 찬 글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반대로 “프로필 사진을 하나 바꾸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난의 글도 보였습니다.

2주 전 합동분향소를 다녀왔다는 한 누리꾼은 “프로필 사진을 여행사진으로 해 두었는데 지인이 ‘개념 없이 그런 사진을 올리냐’고 비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SNS에서 티를 내며 프로필 사진을 바꿔야 위로가 전달되는 것이냐”며 분노했습니다.

노란 리본 이미지는 실종자에 대한 기도, 희생자에 대한 위로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치단체와 무관한 대학생들이 만든 이 이미지는 ‘박근혜 하야’ ‘정권 퇴진’ 등 구호를 외치는 집회 주최 측의 포스터에도 활용됐습니다. 순수한 의도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보면서 실망감을 느낀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노란 리본 프로필 사진’은 거부를 넘어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일간베스트’의 한 회원은 이미지에 쓰인 리본 모양 대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할 때 쓰는 코알라 형상을 사용해 구설에 올랐습니다. 노란 바탕색을 두고 “특정 정당을 연상시킨다”며 비난하기도 했고요.

이런 식의 논쟁은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서로 선을 긋고 싸우기에 바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300여 명이 죽거나 실종된 대형 참사 앞에서도 사회가 분열된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죠.

‘세월호’의 이름을 팔아 자신들의 주장을 앞세우고 다투다가 희생자 가족의 참뜻마저 왜곡시키는 것은 유족들이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최근 유족들은 세월호의 희생이 정치적 다툼에 이용되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책임을 다하지 못한 선박회사와 해경 등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해 억울하게 죽어간 자식들의 한을 풀어 달라고 부탁했죠.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였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을 SNS에 올려 가족이 두 번, 세 번 상처받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배 안에 있다’는 구조요청 메시지는 조작으로 판명 났고, 일부 언론에서 부추긴 ‘다이빙벨’ 논란은 실종자 가족의 실망감만 증폭시켰습니다.

누군가가 이런 생각을 패러디물로 만들었더군요. “작은 하나의 움직임은 프사(프로필 사진)만 바꿉니다”라는 문구입니다. 얼핏 보면 SNS 애도 물결에 찬물을 끼얹는 듯 보입니다만, 냉정하게 말하면 맞는 말입니다. 프로필 사진 한 장 바꾼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습니다. 시간을 돌릴 수도, 구멍 난 정부의 재난대응 시스템을 고칠 수도 없죠.

진정한 위로와 애도는 프로필 사진 한 장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의 역할은 따로 있습니다. 사실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마구 나르며 유족에게 두 번 상처 주지 않도록 SNS에서 자신의 행동부터 조심하는 것, 유족의 뜻대로 정치적 논쟁에 휩싸이기보단 정부의 진상조사를 냉정하게 감시하고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것. 각자의 위치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하나의 작은 움직임’들입니다.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sykim@donga.com
#세월호#노란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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