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떤 기업도, ‘구원파’라는 종교도 國法 위에 있을 순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7일 03시 00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예상대로 검찰 소환에 불응했다. 검찰은 곧바로 유 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경기 안성의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본산인 금수원에서 나흘째 농성 중인 신도들은 ‘인간 바리케이드’를 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법(國法)을 능멸하는 일이다.

이들은 “불공정한 수사로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구원파와 무관한 사안을 수사하는 데도 종교 자유를 들먹이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법 집행을 실력행사로 막으려는 억지다. 유 씨가 숨어있는 것으로 보이는 금수원이 종교적 소도(蘇塗)라도 된다는 말인가. 어떤 종교집단도 법 위에 있을 순 없다. 유 씨 측은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종교 탄압’ 구도를 만들고 있다. 검찰이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는 있지만 법 집행을 머뭇거려선 안 된다.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청해진해운이 수익을 빼돌려 선박의 안전이나 인력 관리에 필요한 투자를 할 수 없게 된 것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라는 점을 밝혔다. 영장에서 이 회사의 회장으로 지목된 유 씨는 사건 초기엔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법원이 20일 영장실질심사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유 씨는 법관 앞에 나가 옳고 그름을 가리면 된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최근 “유 씨가 대한민국을 적(敵)으로 돌릴 생각이 없다면 밖으로 나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유 씨는 1991년 오대양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에도 행방이 묘연했고 직접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검찰은 신병 확보에 애를 먹다가 “억울한 사정을 다 들어 주겠다”고 간신히 설득해 사법 처리를 했다. 그때의 경험 때문에 유 씨가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이미 제기됐다.

그런데도 검찰은 그의 소재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수백억 원의 횡령 배임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핵심 피의자의 구인 대책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수사를 맡은 인천지검도 어제 “노력이 미진했다”고 인정했다.

유 씨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때에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검찰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 국민적 공분(公憤)을 사고 있는 사건의 수사가 장기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여론의 화살이 공권력을 비웃으며 소환에 불응하는 유 씨에게 쏠려 있다. 그러나 검찰이 지금처럼 시간만 허송한다면 검찰을 비판하는 여론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유병언#세모그룹#구원파#금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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