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얼굴이 잘생긴 사람을 일컫는 ‘얼짱’을 표제어로 삼은 건 2004년 판 ‘훈민정음 국어사전’이다. 당시 얼짱이 사전에 오를 자격이 있는지를 놓고 국립국어원과 금성출판사가 논쟁을 벌였다.
국립국어원은 “얼짱은 외모 지상주의 풍조가 사라지면 더는 쓰이지 않을 것이다. ‘얼굴’과 속어인 ‘짱’을 결합한 조어 방식 역시 국어에서 낯선 방식이어서 사전에 올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금성출판사는 “얼짱은 일시적 유행어가 아니며 사전이 언어 현실을 빠르게 반영하는 게 미덕인 시대이므로 당연히 올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얼짱은 아직도 국립국어원 웹사전의 표제어 자격은 얻지 못했지만 언중의 입말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얼짱 논란과는 별도로 ‘짱’의 쓰임새는 확대되는 추세다. 몸짱 얼짱 등 신체 부위에 붙어 이상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을 가리키던 게 이제는 “싸움, 짱 잘해요”처럼 ‘가장’ ‘매우’를 뜻하는 부사로까지 사용 범위가 넓어졌다.
그런데 이 ‘짱’은 어디서 왔을까. 여러 설이 있지만 일본어 ‘짱(ちゃん·찬)’과 한자 ‘장(長)’에서 왔다는 설이 대표적이다.
일본어 ‘짱’은 ‘○○○짱’처럼 친구나 손아랫사람의 이름이나 별명에 붙여 친밀감을 나타낼 때 사용된다. ‘친밀감’을 표시하므로 드물게 윗사람에게 쓰기도 한다. 품사는 접미사다. 반면 우리는 ‘싸움짱’처럼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고, 부사로까지 사용해 일본의 ‘짱’과는 연관성이 떨어진다.
반면 한자 ‘장(長)’은 어떤 조직체나 부서의 ‘우두머리’를 가리킨다. 이 ‘장’이 된소리로 변해 ‘짱’이 되고 학교라는 특정 사회에서 ‘싸움을 가장 잘하는 학생’이라는 구체적인 의미로 쓰이게 됐다는 것이다(조항범·‘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이 ‘짱’의 쓰임새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발음도 의미도 부합해 어원설 가운데 유력하다.
무분별한 신조어는 우리말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언중에게 사랑받아 생명력이 있는 낱말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 훈민정음 사전에 얼짱과 함께 올랐던 짝퉁 옥탑방 짬밥 등이 나중에 표준국어대사전에까지 오른 것이 그 실례다.
‘세월호 참사’로 억장이 무너지는 요즘이다. 몸짱 얼짱 가슴짱도 좋지만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마음씨짱’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쓰여 사전에 오를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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