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하고 쉬운 시어로 이토록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봄의 색조와 리듬을 길어낸 러시아 시인 네크라소프를 기억하는 독자에게 한층 아린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이럭저럭 서른 번째 봄까지 살아오면서/이렇다 하게 돈도 모으지 못하였기에//어리석은 자들이 내 앞에서 굽실거리고/약한 자들이 부러워하게끔 살지 못하였기에!’
그래, 시인도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존재이지. 서른 살이 넘으면 제 사는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누추한 단칸방이 부끄러워지고, 앞으로도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 문득 세속적인 잣대를 갖고 사는 ‘어리석은 자, 약한 자’들에게 받은 모멸감이 물밀 듯 몰려오고, 제가 잘못 살아온 듯한 자책감이 마음을 괴롭힌다. 그렇게 살았으니 애인도 없지! ‘나는 내 자신을 깊이 경멸하노라/아무도 사랑하지 못하고 일생을 보내었기에’ 하, 겨우 서른에 ‘일생을’ 보냈단다! 이십대를 지난 이들이 크게 공감할 시다. 죽도록 자책하는 것만으로 면죄부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갱신하게 되는 것도 아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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