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기자의 반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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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드러낸 한국 사회의 민낯 중에는 언론도 있다. 사고 초기 방송은 앞다투어 ‘학생 전원 구조’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채널마다 오열하는 유가족 모습이 여과 없이 흘러나왔다. “해경이 민간 잠수사 구조를 막고 있다”는 MBN의 홍가혜 인터뷰와 다이빙벨 투입을 촉구한 JTBC 보도는 오보의 결정판이다. 언론을 비하하는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뉴스는 신속성과 정확성이 모두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재난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는 사실을 확인할 시간적 겨를이 없다. 세월호 사고의 특수성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오보 양산에 영향을 미쳤다. 삼풍백화점 붕괴나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때는 현장 취재가 가능했지만 해상 재난사고인 세월호에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반면에 세월호 승객들은 SNS를 통해 최후의 순간을 외부에 알릴 수 있었고 이것은 오보를 더욱 두드러지게 했다.

▷기자들이 욕을 먹는 데는 생존자나 유가족에 대한 무례한 취재태도 탓이 큰 것 같다. JTBC 기자는 구조된 학생에게 “친구가 사망한 걸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가 앵커가 사과했다.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은 취재 차량으로 가로막혀 유가족이 드나들기도 힘들었고, 유가족들의 통곡이 터지면 기자들은 카메라를 들이대고 플래시를 터뜨렸다. 이들의 ‘취재본능’은 평소 같으면 이해받았을지 모르지만 민감한 재난상황에서는 금기다. SPJ(The Society of Professional Journalists) 윤리헌장은 “뉴스 추적은 불손함에 대한 면허장이 아니다”라고 돼 있다.

▷‘곳곳의 세월호’를 찾아내 사고를 방지하는 것은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다. 기자들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어제는 언론노조연합회 주최로 언론인 5623명이 세월호 보도를 반성하며 언론의 사명을 되새기겠다는 시국선언을 했다. 언론의 잘못된 취재 관행도 개조 대상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자의 자질과 매체의 옥석을 가리는 것 또한 세월호 이후 언론계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세월호#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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