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A군의 군수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모 후보가 올해 3월 김모 후보를 매수하려 시도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본보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유 후보의 측근은 김 후보의 형과 만나 “네가 요구하는 조건대로 50 대 50으로 가자. 내가 보장할 것”이라며 주요 보직과 이권 나누기, 차기 불출마를 약속했다. 제보를 받은 선관위가 양측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두 후보는 버젓이 무소속 군수 후보로 뛰고 있다. 썩을 대로 썩은 지방선거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경기도에서도 시장 선거 예비후보를 매수하려 한 혐의로 2명이 21일 검찰에 고발됐다. 이들 역시 모 예비후보에게 “출마를 포기하면 도시공사 사장 자리와 장례식장 사업권을 주겠다”고 회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 후보 매수 시도가 적잖이 관측되지만 실제로 적발되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담합이 이뤄지면 내부자의 고발이나 폭로가 없는 한, 선관위나 수사기관에서 적발하기 쉽지 않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후보 등록과 함께 선거기탁금까지 낸 뒤에 후보 단일화 등을 이유로 사퇴한 후보가 80명이 넘었다. 그중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정도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단일화 대가로 2억 원을 건넨 혐의로 처벌을 받았을 뿐이다.
후보 매수를 통해 당선된 단체장은 뒷거래의 본전을 건지기 위해 각종 이권 개입 등 불법의 유혹에 빠져들 수 있다. 선거 과정에서 도움 받은 사람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이권을 나눠주거나 인사 청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불법과 타락이 지역 경쟁력을 갉아먹을 것은 뻔하다.
4년 전에도 후보 단일화를 이유로 후보를 사퇴할 수 없게 해 뒷거래의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흐지부지 넘어갔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싹을 짓밟는 후보 매수와 담합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유권자들도 문제 후보를 걸러낼 수 있도록 눈을 부릅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