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합의하고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조사 대상에는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해군 안전행정부 지방자치단체 국방부 국무총리실에 청와대도 포함됐다.
사고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보면 청와대가 세월호 침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차장인 이경옥 안전행정부 제2차관이 구조자 수를 계속 바꾼 데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 김장수 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이 “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변명한 것도 여전히 논란이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숱한 의혹이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박 대통령을 조사하는 문제를 놓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성역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새누리당에서는 전례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헌법상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수사와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 면책특권을 갖는다. 대통령 조사에 대해서는 딱히 규정이 없다.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진실이다. 국정조사의 목적도 진상을 정확히 밝혀내는 데 있음을 분명히 한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야당에서 대통령 망신주기 식으로 국정조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든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후 1년여 협의를 거쳐 여야 5명씩 동수로 9·11테러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10개국 1200명을 면접조사하고 250만 쪽의 자료를 검토했으며 19일간 청문회를 열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청문회에 출석해 비공개로 증언했다. 위원회가 내놓은 585쪽의 진상조사 보고서는 국토안보부 신설 등 정부 개편의 토대가 됐다. 세월호 국정조사도 고함만 치는 청문회로 끝낼 게 아니라 철저한 준비와 조사로 제대로 된 국정조사 보고서를 낼 수 있어야 한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당시 도쿄전력 직원 720명 가운데 90%가 현장소장의 지시를 어기고 무단이탈한 사실이 요시다 마사오 소장의 정부 조사위원회 증언록을 통해 최근 드러났다. 세월호 진상규명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세월호 사고 발생 이후 수많은 정부기관의 발표에 거짓이 없었는지도 따져야 한다. 유가족도 참여하도록 대통령이 약속했던 여야 및 민간 합동진상조사위원회 발족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