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전반기 왕중왕전이 서울고의 개교 첫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를 지켜본 원로 야구인은 “서울고가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정상에 올랐다”고 말했다. 서울고는 야구부에 대한 학교와 동문회의 지원이 가장 확실한 학교인데 무슨 소리일까. 그가 지적한 것은 서울고가 아니라 서울시의 야구 인프라였다.
아마추어 야구를 관장하는 대한야구협회 산하에는 17개 시·도지부가 있다. 서울시야구협회(이하 협회)는 그중 하나다. 단순히 17개 단체 중 하나로만 보기에는 관할 학교가 너무 많다. 초등학교 24개, 중학교 23개, 고등학교 16개 등 모두 63곳이나 된다. 고교의 경우 전체(60개)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렇게 학교가 많은데도 협회가 대회를 열 수 있는 곳은 사실상 광진구 구의야구장 한 곳뿐이다. 협회에 따르면 올해 계획한 서울지역 17개 대회, 총 598경기를 모두 이곳에서 치른다.
2007년 11월 철거 전까지 협회는 동대문야구장을 사용했다. 그때만 해도 각급 학교 수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고 입장 수입은 꽤 많았다. 서울시는 동대문야구장을 철거하면서 대안으로 2010년 3월까지 구로구 고척동에 하프돔을 지어 주겠다고 했다. 그때까지 구의야구장과 양천구 신월야구장을 사용하기로 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현실은 합의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고척동 하프돔은 예산이 추가로 투입되면서 100% 돔 형태로 설계가 변경됐다. 개장도 2015년으로 5년이나 미뤄졌다. 신월야구장은 주로 사회인 야구 동호인들이 빌려 사용한다. 7년 동안 서울시 초중고교 야구의 대부분이 구의야구장에서 열릴 수밖에 없었다.
구의야구장은 간이구장 형태로 급히 만들어진 시설이다. 관중석이 300석에 불과하다. 선수들이 옷을 갈아입을 곳도, 샤워를 할 곳도 없다. 시 조례에 따라 입장료를 받을 수도 없다. 더 큰 문제는 오매불망 기다려 온 고척돔이 ‘그림의 떡’이 됐다는 것이다. 고척돔은 프로야구 넥센의 홈구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마추어 야구도 사용할 수 있도록 협상을 하고 있다지만 하루 수백만 원의 사용료를 내는 것은 프로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협회 관계자는 “잘 살고 있는 집(동대문야구장)이 철거되면서 생활비(입장료)도 벌 수 없게 됐고, 새로 지은 집(고척돔)에도 들어갈 수 없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협회가 수입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는 하지만 돈은 어른들의 문제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빡빡한 일정 때문에 추운 3월과 11월에도 시설이 열악한 구의야구장에서 초중고교 어린 학생들이 야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 해 관객 7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프로야구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지만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야구 꿈나무들은 예전보다 더 나쁜 환경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훗날 이들은 어떤 선수가 돼 있을까. 투자 없는 결실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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