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변호사로 벌어들인 수입이 무려 16억 원에 이른다. 하루 약 1000만 원씩을 번 셈이다. 안 후보자의 올해 수입은 파악되지 않아 계산하지 않은 것이 이 정도다. 그는 대검 중수부장, 서울고검장 등 검찰 고위직을 지낸 뒤 대법관을 6년 했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변호사지만 보통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큰 수입이다. 전관예우(前官禮遇)를 받아본 변호사들조차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할 지경이다.
안 후보자는 2012년 7월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정확히 1년 후인 지난해 7월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2011년부터 시행된 개정 변호사법(일명 전관예우 금지법)에 의해 판검사는 최종 근무지에서 1년 동안 수임이 금지돼 있다. 요새 대법관 출신들은 퇴임 후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등으로 1년을 보낸 뒤 변호사 사무실을 여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전관예우는 단지 1년 늦춰졌을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주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국가를 개조한다는 각오로 민관 유착과 관피아를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민관 유착의 원조가 다름 아닌 법조계 전관예우다.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를 만든 행정 부처의 전관예우는 법조계의 전관예우를 흉내 낸 것이다. 안 후보자가 전관예우로 그 많은 수입을 벌어들인 것이라면 그가 민관 유착과 관피아 척결에 앞장설 총리로서 적임자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일단 안 후보자는 “거절하기 힘든 지인이 아니면 형사사건과 대법원 상고사건 수임을 하지 않았고 조세사건을 주로 맡았다”고 해명했다. 아직은 정확한 수임명세가 밝혀지지 않아 전관예우로 의심되는 수임 건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안 후보자는 16억 원 중 6억 원은 세금으로 내고 4억7000만 원은 기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관예우는 사후뇌물죄에 해당한다는 엄한 시각도 있다. 전관예우로 번 돈이라면 기부했다고 깨끗해지는 것이 아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때인 2011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는 민정수석비서관 출신인 데다 로펌 재직 시 월평균 1억 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는 비판이 더해져 청문회 전에 자진 사퇴했다. 그 액수와 비교해 봐도 안 후보자의 수입은 과다한 것이다. 안 후보자는 2006년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에 대한 질문을 받고 “변호사들은 적절한 보수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전관예우 논란을 차치하고라도 안 후보자는 자신이 받은 보수가 적절한지부터 생각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