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사망자를 비롯해 모두 48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고 역시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드러나고 있다. 소방당국은 종합터미널 지하 1층 음식점 코너 공사현장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작업자의 부주의 때문에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근의 한 상인은 “발화 현장 부근에서 5일 전부터 시너와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고 말했다. 당시 입점을 앞둔 점포의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었으며 가연성 자재가 다수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용접 작업장 주위에 불연성 칸막이를 설치하는 등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불이 났을 가능성이 높다. 유동인구가 많은 낮 시간에 화재가 발생했다면 대규모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화재 발생 장소는 대형 슈퍼마켓과 영화관이 입점해 있어 안전관리가 특히 중요한 곳이다. 27분 만에 진화가 됐는데도 유독가스로 인해 짧은 시간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하 1층에 방화셔터와 스프링클러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있는 만큼 소방당국은 시공업체가 전원을 차단한 채 공사를 한 것이 아닌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버스터미널과 같은 다중 이용 시설은 1년에 두 차례 소방시설 관리업체의 정밀점검을 받는다. 소방당국의 관리 감독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의문이다.
어제 경찰은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사고와 관련해 관리소장 공모 씨 등 6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열차운행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데이터 변경 작업 후 신호체계에 오류가 발생했으나 관리직원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최근 한 달간 재난 위험이 있는 시설물 4000여 곳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했으나 인명 피해를 부른 화재가 또다시 발생했다. 엄청난 재난을 당하고도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에 변화가 없는 것 같아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