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떠나 전원으로 들어온 이들 가운데는 몸이 불편하거나 난치병에 걸려 요양하러 온 경우도 적지 않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그리고 푸른 숲이 어루만져주는 이른바 자연치유를 위해서다.
이런 청정 전원에 지은 보금자리는 그 자체로 치유의 집, 즉 힐링하우스(Healing House) 구실을 한다. 특히 나무와 흙 등 자연재료로 지은 집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2013년 강원 홍천군 응봉산 자락에 국산 나무와 황토로 지은 K 씨(55)의 집(93m²·약 28평)이 그렇다. 이 힐링하우스는 특이하게도 벽체 등에 사용된 나무의 굵기가 일정치 않고 일부는 아예 휘어져 있다. 심지어 나무의 옹이까지 그대로 자연미를 살렸다.
또 40cm 길이의 ‘통나무벽돌’을 황토와 섞어 쌓는 방식으로 벽체를 완성해 벽체 두께만 40cm에 이른다. 통나무의 절단면은 벽체의 안팎으로 노출되는데, 이렇게 시공하면 단열이 잘되면서 통기성도 좋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집이 된다. 아직 서울∼홍천을 오가며 살고 있는 K 씨 부부는 “이곳에 오면 항상 쾌적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어 심신이 늘 활력이 넘친다”고 자랑한다.
사실 대표적인 힐링하우스라면 한옥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전통 기와한옥은 건축비가 3.3m²(1평)당 1200만∼1400만 원에 달해 대부분의 예비 건축주에겐 ‘꿈만 꾸는’ 집일뿐이다. ‘한옥의 대중화’를 내걸고 나온 현대식 개량 신한옥 역시 3.3m²당 600만∼800만 원대로 여전히 가격 부담이 크다.
반면 K 씨 집 같은 통나무황토집이나 흙집 등은 우리나라의 옛 초가집, 귀틀집 등 넓은 의미의 한옥을 계승 발전시켜 왔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가장 ‘대중 신한옥’에 가깝다. 건축비 또한 일반적인 전원주택 수준(3.3m²당 300만∼450만 원 선)으로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덜한 편이다(물론 전통 한옥이나 개량 신한옥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힐링하우스의 재료인 나무와 흙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집은 실내습도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고 공기 또한 자연 정화되기에 항상 쾌적한 주거생활이 가능하다. 나무와 흙이 발산하는 은은한 향기와 편안한 느낌은 거주자의 몸과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수명을 다한 뒤에는 재활용되거나 오염 없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나무와 황토로 지은 전원 속 힐링하우스라면 우리의 전통 구들방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전국의 64%가 산으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전원생활을 할 때는 기나긴 겨울을 어떻게 잘 나느냐가 관건이다. 첩첩산중 강원도의 경우 그해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5개월은 겨울이라고 보고 이에 대한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근래 들어 난방비 절감, 실내보온, 건강관리를 위해 전원주택을 신축할 때 구들방을 하나 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겨울이라도 난방 기름값 걱정을 덜면서 따뜻한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구들방 못지않게 인기를 끄는 전원주택 아이템이 다락방이다. 다락방은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 때론 어른들도 조용히 쉬고 싶을 때 휴식공간이나 취미실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손님들이 찾아왔을 때 임시 게스트룸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질구레한 물품들을 보관하는 창고로도 씀씀이가 매우 높다. 다만 오르내릴 때의 추락사고 방지 등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나무와 황토를 주재료로 짓는 친환경 힐링하우스도 물론 단점이 있다. 빗물에 특히 취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통나무와 황토로 구성되는 집은 추녀가 최대한 길어야 한다. 살다 보면 나무가 뒤틀리거나 갈라지고, 황토는 건조 후 균열이 많이 생긴다. 지속적인 유지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간다.
착한 집, 좋은 집이란 일단 경제적 부담이 적고, 무엇보다 건강한 집이어야 한다. 더이상 뭐가 필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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