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 ‘아마존’이 난리다. 여기서 아마존은 월드컵이 열리는 나라에 있는 그 아마존이 아니고, 컴퓨터를 켜면 나타나는 아마존이다. 맞다. ‘없는 것 빼고 모든 것을 다 판다’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마켓 아마존닷컴이 미국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존을 ‘온라인 종합상점’쯤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아마존은 1995년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한 사이트다.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책 주문이 가능한 아마존의 시스템은 워낙 넓은 땅덩어리 탓에 책 구입이 불편했던 미국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여기에 아마존은 2007년 전용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내놓아 책 시장 판도를 전자책 쪽으로 완전히 뒤바꿨다. 그 덕분에 오늘날 미국 출판업계는 아마존 없이는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그런데 이 아마존의 횡포가 심각한 수준인가 보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최근 아마존은 책시장에서의 강력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출판사에 ‘마피아에 가까운’(뉴욕타임스)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미국 출판사들은 아마존에 책을 입점시키고 전자책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협상을 하는데 여기서 아마존이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내놓지 않으면 해당 출판사 책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출판사가 항복할 때까지 해당 책의 ‘구매(buy)’ 아이콘을 없애버리거나, 보통 이틀이면 가능한 책 배송을 일부러 3주나 걸리게 하는 수법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와 독일의 출판사들도 이런 일을 당했다. 외신들은 “문인사회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며 “아마존이 수세기에 걸쳐 형성된 출판시장을 단숨에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프라인상의 ‘갑을 관계’에서도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인터넷 세계에서는 한 사람, 또는 하나의 기업이 전 세계를 장악하는 극단적인 형태의 독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포악함이 오프라인에서처럼 눈에 잘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입증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왜 내 책의 ‘구매’ 버튼을 없앴냐’는 항변에 구매 버튼을 살짝 되살려놓고 ‘안 그랬는데?’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이 없다. 검색기업들이 가장 즐겨 쓰는 ‘우린 검색 결과를 조작하지 않는다. 결과는 알고리즘에 따른 것’이라는 해명도 마찬가지다. 개인 이용자가 무슨 수로 그 복잡한 알고리즘의 부당성을 증명하겠는가?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해외의 디지털 유통 공룡들이 곧 한국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내 이용자가 외국계 기업과 싸워 이기기란 더더구나 어려운 일이다. 정부도 믿을 수 없다. 불행히도 국내 규제기관들은 유독 외국계 기업 앞에서는 힘을 못 쓰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 왔기 때문이다.
갈수록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 더 나은 이용자 보호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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