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흥재]한국향토문화자료관을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8일 03시 00분


이흥재 추계예술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장
이흥재 추계예술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장
수원 화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대한 기록유산은 매우 훌륭하다. 유네스코가 화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것도 실은 꼼꼼하고 상세하게 기록된 자료 덕분이다. 예를 들어 충청도 어느 마을 출신 김 아무개가 스무날 반나절 일했고 품삯은 얼마였다는 것까지 잘 기록돼 있다.

선진국들은 세계지식재산권기구를 중심으로 자국의 전통지식 보호와 육성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또한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지식재산권을 확보하고 활용 기반을 조성한다. 미국은 독자적인 체계를 갖춰 역사자원에 접근하는 자료를 축적하고 국가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 활용한다. 지역역사문화네트워크(ALHN)라는 단체까지도 이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 지역별로 나름대로 향토문화자료관을 갖고 인문 역사 문화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종합적 향토문화자료관이 아직 없다. 그만그만한 자료실들이 역사의 뿌리인 지역 향토문화자원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기반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특히 전통 계승과 인문정신에 바탕을 둔 전통지식과 지역문화 원천자료를 현대적인 기술로 보관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원천자료를 잘 활용해 문화예술로 꽃피우고, 문화산업으로 과실을 거둬 창조경제로 연결해야 한다.

향토문화지식들이 소멸되기 전에 샅샅이 찾아내 디지털라이브러리 또는 디지털아카이브로 구축해야 한다. 지역문화의 솟대와 같은 수많은 전국의 문화원들이 이러한 일을 지난 50여 년간 해왔다. 그런데 각각 분산되어 있어 멸실 위험이 있다. 정보화 시스템으로 활용 가치를 높이도록 새롭게 관리할 필요도 크다. 또한 향토의식 고취와 지역 문화 학술 연구에 알맞도록 재편해야 한다. 자료의 수집 및 보존은 물론이고 전시, 강좌, 서비스, 인터넷 플랫폼 역할, 간행물 발간, 관광체험학습 등의 역할까지 할 수 있는 한국향토문화자료관을 만들어야 한다.

향토문화자료는 방치된 것이 많고 대학에서조차 가르치지 않는다. 단지 보관용으로 소장하므로 활용도도 낮다. 그러나 향토문화자료는 지역의 문화 발전에 깊이를 더한다. 이를 국책 사업으로 강력하게 추진해서 역사지식, 향토문화에 대한 지식정보를 기반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참된 문화융성의 길이다.

이흥재 추계예술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