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3일은 ‘세월호 참사’로 어린 꽃봉오리들이 스러져간 지 49일째 되는 날이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은 지 49일 되는 날에 재를 지낸다. 바로 사십구재(四十九齋)다. 칠칠재(七七齋)라고도 한다. 사람이 죽으면 7일째 되는 날부터 7일마다 한 번씩 심판을 받는데 특히 49일째는 ‘지하의 왕’ 염라대왕이 직접 심판한다고 한다. 이날 극락에 가기를 바라는 의식을 치르는데 이게 사십구재다. 천도재(薦度齋) 가운데 하나다.
사십구재와 천도재. 입말로는 많이 쓰면서도 의미와 용도를 잘못 아는 사람들이 많다. 신문 글에서도 잘못 쓰는 경우가 있으니 언중을 탓할 일이 아니다. 여기에 제사를 뜻하는 ‘제(祭)’까지 등장하면 뭐가 뭔지 헷갈린다. 재(齋)와 제(祭)를 잘 구분해서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제와 재의 의미와 목적을 알면 의외로 쉽다.
‘제’는 일반적인 제사를 뜻한다. 반면에 ‘재’는 명복을 비는 불공이다. 제는 ‘나를 위해서도’ 지내지만, 재는 ‘오로지 남을 위해서’ 지낸다.
용왕제와 천도재를 보자. 용왕제(龍王祭)는 음력 정월 14일에 배의 주인을 제주(祭主)로 해서 뱃사공들이 지내는 제사다. 목적은 당연히 자신과 배의 안전, 그리고 풍어다. 그러나 천도재는 구천을 떠도는 원혼을 달래 극락으로 가도록 기원하는 불사(佛事)다. 즉, 자신의 복을 비는 것이 아니어서 ‘천도제’라고 쓰면 틀린다.
맡은 일에는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서 잇속에만 마음을 두는 경우를 뭐라고 하나. 염불보다 잿밥인가, 염불보다 젯밥인가. 잘 모르니 발음도 대충 한다. 불공을 드리며 부처 앞에 올리는 밥이니 ‘잿밥’이 맞다. 하지만 제사 음식을 비벼 먹는 안동의 전통음식은 제사와 관련이 있으므로 ‘헛잿밥’이 아니라 ‘헛젯밥’으로 쓰는 게 옳다.
또 있다. 장사 지낸 후 세 번째 지내는 제사는 삼오제, 삼오재, 삼우제, 삼우재 중 무엇이 맞을까. 제사이므로 ‘재’는 제외한다. 첫 번째 제사를 초우(初虞), 두 번째를 재우(再虞), 세 번째 제사를 삼우(三虞)라고 한다는 걸 알면 자연스레 ‘삼우제’가 옳다는 걸 알 수 있다. 삼우를 통틀어 우제(虞祭)라고 한다.
모든 국민이 마음속으로 사십구재를 올린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분들이 부디 극락왕생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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