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넬대의 페기 드렉슬러 교수가 얼마 전 “아들을 마마보이로 키우라”는 주장을 내놔 화제가 됐다. 마마보이야말로 사회에 잘 적응하고, 공격성이 적으며, 인내심이 강하므로 좋은 리더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
교수는 어린이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영국 리딩대의 실험 결과를 인용해 엄마와 관계가 좋은 남자아이일수록 성장 과정에서 문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선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대다수의 우등생 출신 남자들이 엄마 말씀 잘 들어가며 딴짓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한 마마보이들이다. 엄마 말씀대로 탁월한 성적을 발판 삼아 졸업 후에도 안정적인 분야에 진출해 주변의 부러움을 산다.
하지만 성공한 마마보이에게도 곤혹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엄마로부터의 분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드렉슬러 교수는 “마마보이로 키운 엄마일수록 아들의 결혼을 염려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게 지나치면 아들의 결혼생활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많은 마마보이 엄마들이 아들을 결혼시켜 떠나보내면서도 결코 보내지 않는다. 아들 곁을 끝없이 맴돌면서 그를 위해 헌신할 거리를 찾는다. 아들 입에서 “여전히 엄마가 최고야”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결혼은 서로 다른 두 문화가 만나 충돌과 수용을 거쳐 ‘제3의 문화’를 만드는 과정이다. 그런데 상당수의 엄마들은 아들이 배우자와 함께 그들 나름의 방식을 세워가는 것을 기다려주지 못한다. 해온 대로 간섭을 하며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확인하려 든다. 그러다 아들의 반응에서 불현듯 거리감을 느끼면 서운함을 토로한다. 그런 감정 토로가 아들의 죄책감을 자극해 엄마가 의도치 않았던 아들 부부의 갈등의 불쏘시개가 된다.
하지만 아들을 큰 인물로 키워낸 ‘위대한’ 엄마들은 다르다. 맹모삼천지교로 유명한 맹자 어머니 구씨, 하버드대에 입학한 아들을 위해 보스턴으로 이사를 간 루스벨트 대통령의 어머니 사라, 겁쟁이로 놀림 받던 아들을 리더로 탈바꿈시킨 클린턴 대통령의 어머니 버지니아….
아들과 격의 없이 지내면서, 아들이 스스로 성취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으며, 아들이 독립적인 남자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면서 자기 인생도 충실하게 살아 아들의 본보기가 되었다. 평범하게 보이는 우리 주변 엄마들 역시 위대한 엄마로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다급한 상황이 닥쳐오면 그런 자질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내놓기도 한다.
많은 엄마가 “아들을 독립시킨 뒤로는 서운한 것만 눈에 쏙쏙 들어오니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아들을 키우면서 줄곧 자기 삶을 살아왔다면 서운할 까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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