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동아국제금융포럼에 참석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강연은 한국 금융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통찰을 보여줬다. 행동경제학의 세계적 권위자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실러 교수는 2000년의 닷컴버블과 2007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저서 ‘새로운 금융시대(Finance and Good Society)’ 한국어판에 추천 글을 쓰게 된 인연으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실러 교수는 “금융시장은 근대문명의 가장 중요한 주춧돌 중 하나로 좋은 사회가 되려면 금융의 발전이 필수”라고 말했다. 다만 인간이 가진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으로 시장버블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버블 붕괴로 인한 심각한 위기는 규제나 관리가 아니라 금융시장의 새로운 정보 인프라 구축으로 예방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종합적인 금융조언 제공 및 공시 강화로 대중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금융산업은 규제하고 관리할 대상으로 여겨진다. 상장 기피,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쏠림 현상, 파생시장 고사 등 선진국 금융산업 발전방향에 역행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자본시장의 지나친 위축은 우려스럽다. 역사적으로도 혁신을 통한 자본시장의 발전은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주식시장과 주식회사 제도를 보자. 작은 회사들이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자본을 모아 사업화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일자리가 생겼고 국민의 생활수준도 올라갔다. 뮤추얼펀드가 발명되면서 부자가 아니라도 포트폴리오 투자가 가능해졌다.
몇 차례 금융사고와 주식·펀드 투자에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경험이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점은 우리 업계도 반성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산업은 위험을 관리하고 변동성을 취급하는 특성상 불가피하게 위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위험은 실러 교수 주장처럼 시장정보가 투명하고 활발하게 제공되는 인프라를 통해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본시장 자체를 경시하거나 통제하면 안 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산업의 발전은 현 단계 한국 경제가 발전을 지속하기 위한 필수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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