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칼럼]‘국민검사’ 심재륜과 안대희의 정치 실패

오대양 재수사 때 참고인으로 불려갔다가 징역 15년 구형받은 유병언
‘재수사 전문검사’ 심재륜, 비싼 술집 안가고 폭탄주에 멸치 안주
명성 높은 검사들의 대선 캠프 합류, 성공 못한 外道로 끝나

황호택 논설주간 채널A 시사프로 ‘논설주간의 세상보기’ 진행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대는 수사는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국민의 이목이 쏠려 담당 검사가 수사를 잘 마무리 짓고 나면 스타가 될 수 있다. 검찰사(史)에서 ‘국민검사’란 호칭이 붙은 검사는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과 안대희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 정도일 것이다.

1997년 김영삼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에 한보 사건이 터지면서 김 대통령의 아들인 현철 씨가 수사 선상에 올랐다. 대검 중앙수사부의 수사가 변죽을 맴돌자 여론이 빗발치면서 정부와 검찰이 곤경에 몰렸다. 여론의 압력에 밀려 중앙수사부장이 심재륜으로 경질됐다. 그는 이 사건을 재수사해 현철 씨를 구속했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구속된 것은 사법 사상 처음이었고 그에게 국민검사라는 호칭이 붙었다.

심재륜은 스스로 ‘재수사 전문검사’라고 말한다. 1987년 5공화국 말기에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이 터졌을 때 경찰이 1차 수사를 맡아 고문경찰관 2명만 구속했고 검찰은 우편집배원처럼 법원에 그대로 배달했다. 그러나 고문경찰관이 더 있다는 폭로가 터져 나오면서 재수사가 대검 중앙수사부로 넘어가 그가 주임검사로 수사를 지휘해 3명의 경찰관을 추가 구속기소했다.

구원파 대전지역 신도 32명이 오대양 공장에서 집단변사한 사건은 1987년에 터졌다. 이 사건이 4년 만에 다시 불거져 나오면서 그가 대전지검 차장검사로 재수사를 지휘했다. 그러나 유병언이 오대양 집단자살과 직접 관련됐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유병언에게 들어간 거액의 헌금과 관련한 고소 사건 5건을 모아 상습사기로 구속했다. 다른 검찰청에서는 종교 헌금으로 판단해 무혐의 처리한 사건들이었다.

유 씨는 대전지검에 참고인으로 불려나갔다가 꼼짝없이 체포돼 이례적으로 징역 15년을 구형받았다. 유 씨가 신도들로부터 무리한 헌금을 받아 오대양 사건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심재륜은 월간조선 2012년 12월호에 이 사건의 수사 비화를 털어놓았다가 구원파로부터 2억 원짜리 손해배상소송을 당해 현재 1심에서는 이겼고 2심이 진행 중이다.

심재륜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후 주치의가 “오대양 재수사 때 좀더 잘하지 그랬어요”라는 힐난성 질문을 해 수사검사로서 자존심이 상해 침묵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오대양 사건을 재수사 중인 대전지검 차장검사 부장검사를 동시에 전보한 인사를 비판했다가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에게 고소를 당했다. 그의 직속상관이었던 송종의 전 대전지검장도 검찰 동우지에 쓴 글에서 그 인사에 대해 아쉬움이 담긴 심경을 표시했으나 최근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는 결이 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심재륜 차장검사와 이재형 특수부장이 인사가 났지만 수사를 더해야 했기 때문에 위에다 얘기해서 이재형 부장을 직무대리로 발령 내 열흘 동안 수사를 더해 마무리 지었다. 차장검사는 검찰청의 살림을 하는 자리여서 직무대리 발령을 낼 수 없었다.”

대선 후보들은 국민검사로 명성이 높은 두 검사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심재륜은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안대희도 삼고초려를 받고 2012년 박근혜 캠프에 들어갔다. 심재륜은 이회창 씨가 대통령에 당선됐더라면 고위 공직을 맡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씨는 대선에서 패배하고 차떼기 대선자금과 관련해 안대희 중앙수사부의 수사를 받게 됐다. 그 수사는 “내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밖에 대선자금을 쓰지 않았다. 이번에 대선자금의 고리를 끊어 놓아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결심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를 대검 중수부장으로 발탁한 사람도 사법연수원 동기생인 노 대통령이었다.

심재륜은 검사 시절 비싼 술집에 다니지 않고 폭탄주에 멸치 안주를 곁들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안대희도 청렴하고 강직한 검사였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면서 같은 해 말까지 5개월 동안 수임료로 16억 원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공직을 맡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 다이어트를 위해 아침을 굶으면 점심에 폭식(暴食)하기 쉽듯이 그는 변호사 개업 후 최근까지 변호사 4명을 두고 일했다.

검사로서 안대희 심재륜처럼 엄격하게 자기관리를 하고 꼿꼿한 자세로 수사를 벌인 사람도 많지 않다. 안대희는 총리 후보자 지명 6일 만에 낙마해 명성에 흠이 갔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명성을 얻기보다 명성을 지키기가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황호택 논설주간 채널A 시사프로 ‘논설주간의 세상보기’ 진행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