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에버랜드 상장과 삼성 지배구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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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는 1976년 용인자연농원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한국 최초의 종합 테마파크다. 계절별로 다른 꽃이 전시되는 정원, 세계 최초 실내외 복합 워터파크 ‘캐리비안 베이’, 초식 동물과 맹수가 공존하는 생태형 복합 사파리 ‘사파리 월드’ 등을 갖췄다. 이병철 삼성 창업자는 1986년 출간한 호암자전(湖巖自傳)에서 “자연농원 개발 초기에는 자연 파괴, 반(反)사회적 기업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의 성과와 평가로 볼 때 금석지감(今昔之感)이 없지 않다”고 술회했다.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에버랜드는 동화부동산과 중앙개발을 거쳐 1997년 지금의 회사명으로 바뀌었다. 작년 11월 사업구조 재편으로 건물관리 사업을 에스원에 양도하고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을 인수했다. 이제는 리조트·건설과 패션 부문을 양대 축으로 하는 비상장 기업이다. 특히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등으로 이어지는 그룹의 순환출자 지배구조에서 사실상의 지주회사로 주목받는다.

▷삼성에버랜드가 어제 이사회에서 내년 1분기 증시 상장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회사 측은 상장을 통해 글로벌 패션·서비스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이병철 창업자와 이건희 회장에 이어 차세대 삼성 경영을 이끌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건희 회장의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도 각각 8.37%의 지분이 있다.

▷이 회장의 세 자녀가 19.1%의 주식을 보유한 삼성SDS도 올해 상장된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가 상장되면 ‘이재용 삼남매’의 지분 평가액이 늘어나면서 경영권 승계에 대비한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하는 의미가 있다. 기업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 삼성과 협력업체 임직원을 포함한 국민의 눈에서 보면 법을 지키면서 기업 경쟁력을 더 키우고 질 좋은 일자리와 납세액을 늘려 우리 경제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가 핵심적인 관전 포인트 아닐까.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에버랜드#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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