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 39%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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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크다고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OECD 통계를 근거로 남녀 전일제 근로자의 임금 중위값을 조사했더니 2010년 기준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39%로 주요 25개국 가운데 1위였다. 남성 근로자가 100만 원을 받을 때 여성 근로자는 61만 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여성의 학력 수준이 높은데도 2위를 차지한 일본의 28.7%보다도 10%포인트나 높을 만큼 격차가 큰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여성의 임금이 낮은 큰 원인은 여성 취업자 절반 이상이 식당, 도소매업, 서비스업 등 임금수준이 낮고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에 종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런 의미에서 임금 격차는 고용형태의 문제로 볼 소지가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처우가 같아지면 임금 격차도 줄어드는 구조인 셈이다. 고소득자 사이에서 남녀 소득 격차가 커지는 현상은 정규직이라도 여성에게는 고위직 진출을 막는 유리천장이 견고하게 버티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비정규직이나 유리천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요인도 있다.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나라도 경력 및 근속연수, 연령, 고용형태, 기업 규모에 따라 남녀의 임금 격차가 존재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격차가 크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워 기혼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두기 때문이다. 한번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이전 업무로 복귀하기 어렵고 다시 일자리를 찾더라도 저임금 서비스직으로 가기 일쑤다.

▷선진국에도 어느 정도 남녀의 임금 격차는 있다. 임금 격차가 큰 나라 3위는 복지국가로 유명한 핀란드, 6위 영국, 7위 미국이다. 같은 복지국가 중에서도 덴마크 노르웨이는 핀란드와 달리 임금 격차가 적었다. 25개국 가운데 임금 격차가 가장 적은 나라는 헝가리(3.9%)였다. 미국에서도 워싱턴은 임금 격차가 거의 없지만 동양계와 히스패닉이 많은 곳은 격차가 크다. 여성이 육아와 가사를 떠맡는 문화가 존재하는 한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갈 길도 멀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남녀 임금 격차#학력 수준#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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