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배경은 가정집의 주방. 앞치마를 두른 두 남자가 직접 파스타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두 남자는 들뜬 표정으로 국수 뽑는 기계에서 나오는 국수 가락을 손에 쥐고 신기한 듯 들여다보고 있다.
미국의 화가 존 커린은 미술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요리하는 남자라는 이색적인 주제를 선택하고 커린 식의 화풍으로 표현했다. 커린 화풍이란 이류 미술작품, B급 영화, 대중적인 잡지 등에서 빌려온 저급한 이미지를 고전미술의 기법, 구성과 결합해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왜 A급 그림 실력으로 B급 사회상을 그리는 것일까. 대중의 속물근성을 비웃는 한편 사회지도층의 권위주의를 조롱하기 위해서다. 파스타를 만드는 두 남자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것도 남자다움을 잃어가는 사회현상과 가부장적 엄숙주의를 풍자하기 위한 것이다. 하비 맨스필드의 ‘남자다움에 관하여’라는 책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남자다움의 이상은 잃어버렸지만 남자다운 남자를 동경하는 습관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리스어인 안드레이아(andreia)는 용기를 가리키는 단어였다. 용기는 바로 두려움을 통제하는 미덕이다. 남자다운 남자는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선다. 그는 두려움을 통제하지만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남자다운 남자는 두려움과 끊임없이 싸울 뿐이다.’
커린의 그림은 남자다움을 동경하는 시대는 가고 여자 같은 남자, 남자 같은 여자가 새로운 성적 역할의 모델이 되는 성 중립적인 사회가 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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