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쌍둥이를 엄마 혼자 돌본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버겁다. 일단 100일이 안 된 쌍둥이는 엄마 배 속에 있던 리듬대로 자고 깨는 것이 보통이니 한 아이를 어르고 달래서 재워 놓으면 다른 아이가 깨어나 운다. 그렇게 되면 엄마가 한숨도 못 자게 되는 날이 부지기수.
우리 집도 그랬다. 둘째 아이로 쌍둥이가 태어났을 때 아내는 다음 날 출근해야 하는 나를 배려해 갓 태어난 쌍둥이와 한방에서 자고 나는 세 살짜리 큰딸과 건넌방에서 자도록 배려해줬다. 그러나 1주일 만에 백기를 들었다. 고민 끝에 찾아낸 해법은 쌍둥이 큰딸 유나는 엄마와, 둘째 지우는 아빠와 함께 자는 것이었다.
아내와 나는 각자의 방에서 밤에 깬 아이를 달래고 분유를 타서 먹이고 다시 재우는 일을 반복했다. 이렇게 몇 년이 흐르자 우리 팀워크(?)는 더 확고해졌다. 지금은 다섯 살이 된 지우는 무슨 일만 있으면 아빠를 찾는다. 밥 먹을 때는 물론이고 밖에 나갈 때에도 늘 아빠 손을 잡는다. 무서운 꿈에서 깨어나면 아빠 품속으로 들어오고 무서운 이야기를 들어도 아빠 품으로 뛰어든다. 물론 유나는 엄마 품으로 뛰어들고. 외출을 해도 엄마 손을 잡는다.
아빠든 엄마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어찌 다를 수 있을까. 하지만 유나와 지우의 행동을 보면 아이들을 키울 때 얼마나 많이 ‘살을 부대끼고’ 지냈는지, 소위 스킨십이 애착형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던 말이 실감난다.
아이들은 사랑한다는 100번의 말보다 기저귀를 갈아주기 위해서 엉덩이를 만져주고, 분유를 타 먹인 후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트림시켜 주고, 밤에 잘 때 꼭 껴안아 주어 부모의 체취와 온기를 느끼는 과정을 통해 사랑을 몸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리라. 그랬으니 한집에 살면서도 아빠가 담당했던 지우는 스킨십이 많았던 아빠와의 애착관계가 강하게 형성된 것이고 엄마가 담당했던 유나는 엄마와 애착관계가 강하게 형성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을 위한 가장 좋은 사랑의 방법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닌 거다. 서로 만지고 토닥토닥하고 뽀뽀하고 껴안고 있으면 그게 다 사랑하는 방법 아닐까. 이번에 초등학교에 들어간 큰딸 보미는 요즘 부쩍 어른이 된 것 같다. 이제 학교에서 어떤 생활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빠가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내가 퇴근해서 돌아오면 “안아줘∼”라고 말한다. 뽀뽀는 기본이요, 얼굴도 만져주고 엉덩이도 토닥토닥해주는 ‘사랑충전’의 시간을 갖게 되면 심리적 안정을 찾는 것 같고 사실 조금 민망하기도 하지만 아이보다는 아빠가 더 행복하고 좋아라 한단다. 엄마가 조금 질투할 정도로.
세월호 침몰사고가 사회에 던진 파장은 대단하다.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하기 좋아하는 광고계에서도 이번 사고는 단순한 해양사고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 대한 인식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특히 가족의 소중함과 가치에 대한 인식이 사고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 안산 단원고 희생자 학부모님들의 통곡은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뒤로 미루고 밤낮으로 일에만 매진했던 아빠들에게 지금 당장 아이들 방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껴안고 사랑해라고 말하고 뽀뽀하고 엉덩이를 토닥이라고 말하고 있다. 표현하지 않고 숨겨 놓았던 아이들에 대한 아빠의 사랑을 당장 꺼내서 보여주라고.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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