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왕이다/김정호]직영이냐 위탁이냐… 학교급식, 소비자가 선택하게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1일 03시 00분


서울 시내의 한 학교 급식 모습. 동아일보DB
서울 시내의 한 학교 급식 모습. 동아일보DB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컨슈머워치 운영위원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컨슈머워치 운영위원
언론 보도에 따르면 5월 24∼27일, 인천의 10개 학교에서 급식을 먹은 학생 1000여 명이 식중독 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조사에 나서고, 급식은 중단되었다. 그야말로 급식대란이 일어난 것이다. 여기만이 아니다. 3월과 4월에는 경기 북부지역의 학교들에서 급식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급식사고가 빈발하는데도 큰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 것은 해당 학교와 교육당국이 쉬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급식을 학교장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렇다. 만약 예전처럼 대형 급식업체들이 급식을 하다가 이런 일이 생겼다면 대서특필되고 나라가 들썩였을 것이다.

원래 우리나라 학교들은 학생 급식을 대부분 전문업체에 위탁해 해결하고 있었다. 교장선생님이 식당 운영에는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식중독 사고가 터졌는데,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직영급식이었다. 외식업체에 맡겨 사고가 터졌으니 남에게 맡기지 말고 학교장이 직접 급식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2011년부터 학교급식은 무조건 학교장이 직영을 하도록 바뀌었다. 학교장이 식당주인 노릇을 하게 된 것이다. 영양사 뽑고, 식당 근로자들 뽑고, 식재료도 다 학교장이 조달해야 한다.

하지만 직영급식이 위생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아직 더워지기 전에 이 정도의 사고가 터졌는데 기온이 더 올라가면 어떤 더 큰일이 발생할지 걱정이다. 사실 학교들이 쉬쉬하고 있어서 그렇지 직영급식으로 전환되면서 위생 상태가 더 안 좋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 급식업체들은 급식량이 대규모여서 위생을 검사하는 전담 관리 인력을 운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핫도그나 빵 같은 식자재를 구매할 때 공장을 방문해 공장의 위생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학교의 급식 담당자들은 일일이 그렇게 할 수가 없어서 ‘해섭(HACCP) 마크’(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정도를 확인하는 데 그친다고 한다. 그러니 어느 쪽이 더 안전하겠는가. 직영급식 의무화는 학생들을 더 큰 식중독 사고에 노출시킨 셈이다.

게다가 직영급식은 대부분 비용도 더 비싸게 든다. 전문업체가 여러 학교 식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할 때보다 각 학교가 개별적으로 구매를 하면 단가는 당연히 비싸지기 때문이다. 정해진 예산에 단가가 비싸지면 당연히 양을 줄이거나 질을 낮춰야 한다. 위탁급식 때에 비해 음식의 질이 떨어진다.

1일 2식 급식을 하는 학교의 경우 점심은 직영하고, 저녁은 위탁을 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한다. 학교급식 노동자들이 정해진 시간에 퇴근을 하다 보니 학생들의 저녁급식은 직영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니 저녁은 다시 위탁으로 조달해야 한다. 직영급식 시설은 다 설치해 놓고도 말이다. 심지어 밥차로 저녁급식을 배달시켜 먹는 학교가 있다는 소문도 돈다.

직영급식의 의무화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재검토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것은 아니다. 식중독 위험은 높아지고 음식의 질은 떨어진다. 비용도 많이 든다. 그렇다고 학교에 좋은 것도 아니다. 아이들 교육에 전념해야 할 학교장이 잘 알지도 못하는 식당일에 매달려야 하니 위탁급식 때보다 학교에 좋을 일이 없다. 이 제도로 인해 득을 보는 사람은 급식노동자들과 이념적으로 직영급식을 지지하는 사람들뿐인 것 같다. 이렇게 본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이념을 펴기 위해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제 강제 직영급식은 재고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폐지하고 모든 학교가 위탁급식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 따라서는 여전히 직영급식을 원하는 곳이 있을 것이다. 직영을 원하면 계속 그렇게 하면 된다. 필자가 요구하는 것은 선택권을 주라는 것이다. 학부모와 학교 운영진이 직영보다 전문업체에 위탁하고 싶어 하면 그렇게 선택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학부모단체인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대표 이경자)에서도 줄기차게 요구해온 일이다. 급식의 방식은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 학교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컨슈머워치 운영위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