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군복무를 대학 학점으로 보상한다는 차별적 발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1일 03시 00분


국방부가 군 복무에 대해 대학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격 유격 등 군사훈련을 점수화해 9학점까지 교양과목을 이수한 것으로 해준다는 것이다. 인터넷 원격 강의까지 수강하면 최대 18학점을 따게 돼 군에 있는 동안 한 학기를 단축할 수 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학업이나 생업에 매진할 황금 같은 젊은 시절을 국방에 바친 사람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준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 학점을 주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대학 학점 인정 방안은 중고교만 졸업하고 군에 입대한 사람이나 이미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을 차별하는 일이다.

국방부는 중고교를 졸업한 병사들은 교육부가 인정하는 학점은행에 적립해뒀다가 대학에 진학할 경우 학점 인정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교만 졸업해도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특성화고 등을 활성화하겠다는 박근혜 정부 방침과는 맞지 않는 발상이다. 고졸 취업자들은 학점 혜택을 무의미하고도 불공평하다고 여길 것이다. 여성계는 “여성과 군대를 갈 수 없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반대한다.

공부도 안 시키고 학점을 인정해주는 것은 사회 정의에도 어긋난다. 군사훈련을 내용이 전혀 다른 대학 교양과정과 동일시할 수 없다. 국방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해서도 안 되지만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하도록 법적·제도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군 복무 환경을 개선하고 구타 등을 막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국방부가 엉뚱한 일을 벌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군 복무자에 대한 보상은 헌법재판소가 1999년 군복무 가산점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계속 논란이 됐다. 헌재는 군필자가 공무원 채용시험을 볼 때 과목별 만점의 3∼5%를 가산해줬던 이 제도가 국민평등권과 공무담임권에 위반된다고 봤다. 국방부는 가산점이나 학점 인정이 아니라 실질적 도움이 되는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군복무#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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