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에 부분 개각을 단행할 예정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경제부처 장관 상당수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신설하기로 한 사회부총리를 겸임하는 교육부 장관 등 비(非)경제부처 장관 일부도 경질 대상으로 거론된다.
새 경제부총리에 대한 큰 기대감은 현 부총리의 실패를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현 부총리가 박근혜 정부의 첫 경제팀 수장(首長)으로 임명될 때부터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는 경제관료 출신이지만 핵심 고위직에서 정책을 다뤄본 경험이 없어 관가에선 경제부총리로는 미흡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현 부총리는 재임한 1년 3개월 동안 임명 당시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해 정치권과 국민들을 설득해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 대통령의 심기(心氣)부터 살피고 대통령의 질책을 받은 뒤에야 복창하는 일이 너무 잦았다.
경제 현안에 대해 중심을 잡고 경제팀을 이끄는 리더십도 점수를 받기 어렵다. 지난해 7월 부동산 취득세 인하와 관련해 안전행정부와 국토교통부의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다가 “경제부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라”는 대통령의 꾸중을 들어야 했다. 카드 정보 유출 사태 때는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지고 걱정만 한다”는 말실수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소득세법 개정이나 올해 전월세 과세 등 세제(稅制) 정책의 혼선 역시 현오석 경제팀이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파문이 커진 측면이 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변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차기 경제부총리에게 꼭 필요한 자질은 경제 개혁을 과감히 밀고 나가는 추진력과 경제부처들을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능력이다. 관료사회와 시장에 분명한 신호를 줄 수 있는 비전과 무게감도 절실하다. 지난달 인도 총선에서 친(親)시장개혁 노선을 강조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승리하자 당장 미국 월가에서 “인도 경제가 신흥시장의 회복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가 9일 경제 청사진을 공개하자 인도 증시 센섹스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제 정책에 영향이 큰 고위 당국자의 얼굴은 이만큼 중요하다.
현 부총리나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박 대통령의 ‘수첩 인사’ 한계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대통령은 이번 개각에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 어떤 인물에 대해 그 사람이 몸담았던 분야에서 “적임자가 아니다”라는 반응이 다수라면 실패한 인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또 한 번의 실패를 허용할 만큼 우리 경제 상황은 여유롭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