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스포츠 만화나 영화를 보면 이렇다. 맨날 꼴찌만 하는 허술한 팀이 있다. 선수들은 무력감에 빠져 있고, 나아질 전망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괴짜 감독 혹은 말썽쟁이 천재선수, 아니면 눈물겨운 조력자가 ‘짠∼’ 하고 나타난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속에서 그들은 눈물겹게 분투하며 극적으로 우승을 거머쥔다.
만화에서나 있을 법한 이런 이야기가 현실에서도 일어났다. 창단 5년의 상명대 농구팀이 2013년 대학농구리그에서 6강에 진출하던 때의 이야기다. 2군에 있다가 강팀들이 즐비한 1군으로 진출해 하위권을 맴도는 감독에게 학교 홍보를 맡은 양종훈 교수가 “우리가 이길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감독은 “우리 학교 응원단이 체육관을 꽉 채우면 이길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삼십 명이 시들한 응원을 펼치는 게 고작이었다.
양 교수는 “그래요? 그럼 우리 학교 체육관에서 경기가 열리는 날에 모아봅시다”라고 답했다. 상대팀을 이기는 것은 맘대로 못할지라도 전교생 응원쯤이야 못할까. 그러나 곧 깨달았다. 경기에서 이기는 것보다 학생 동원이 더 힘들다는 사실을. 날씨 좋은 봄날, 지는 경기를 보기 위하여 체육관에 오려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총학생회의 도움을 받아 우여곡절 끝에 체육관은 이사장과 총장을 비롯하여 2000명의 학생들로 가득 찼다. 교직원과 학생들도 놀랐지만, 가장 놀란 것은 선수들이었다. 한편 결승전 같은 중요한 경기도 아닌데 관중석이 꽉 찬 것을 보고 상대팀 역시 어리둥절했다. 오죽 기가 죽었으면 1쿼터 성적이 24-4. 농구 명문인 상대팀에서 오로지 두 골만 성공시킨 것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결과에 신이 난 응원단의 열기와 함성은 높아만 갔다. 시간이 갈수록 페이스를 찾은 상대팀이 점수 차를 좁히는 바람에 조마조마하긴 했지만 결국 상명대는 64-59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축구로 치면 우리나라가 브라질을 이긴 셈이었다.
그날 학생들은 응원의 힘이 만들어내는 기적을 보았다. 사실 우리는 이미 2002년에 월드컵 4강의 기적을 통하여 ‘미쳐야 미친다(도달한다)’는 것을 체험했다. 그때는 선수와 온 국민이 참으로 뜨겁고 간절했다. 내일 2014년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있지만 나는 결과를 이렇게 예상한다. 지금 우리는 2002년 그때만큼 미쳐 있는가? 스포츠든 인생이든 거기에 답이 있을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