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승건]구단 성적 올리는 방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2일 03시 00분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우리 팀은 하나예요, 하나.”

뭐가 하나란 말인가. 귀가 솔깃했다. 지난달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가 한창이던 목동구장. 쉬는 시간에 담배 한 대 피우던 프로야구 NC 스카우트가 말을 이어갔다.

“NC 선수단은 감독님 말만 따르면 돼요. 사장님이 간섭하는 일이 없어요.”

“좋겠다. 우리하고는 다르네. 그래서 NC가 잘하나 봐.” 옆에 있던 다른 팀 스카우트가 한마디 거들었다.

막내 NC의 돌풍이 거세다. 삼성과 견고한 2강을 구축한 채 누구도 못했던 1군 합류 2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해 가고 있다. 구단 프런트가 감독의 영역을 존중하는 게 뭐가 어렵냐고? 그렇지 않다. 많은 구단이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한다. 국내 프로구단 대부분이 대기업 소속. 보통 기업의 최고위층이 구단주를, 기업 임원이 구단 사장과 단장을 맡는다. 해당 종목과는 별 인연이 없는 비전문가이지만 성적을 내야 한다는 조급함에 경기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일이 다반사다.

프로야구 삼성의 경험은 이런 이들에 대한 좋은 사례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었던 삼성은 2000년 신필렬 사장 취임 후 달라졌다. 그는 기업 고위층의 감독실 방문부터 막았다. 야구깨나 안다는 주변 사람들의 ‘훈수’가 선수단 귀에 들어가지 않게 했다. 삼성의료원 부원장을 지낸 그는 “의사와 야구인은 똑같다”란 말을 하곤 했다. 경영학을 전공한 그가 의사들의 의료행위에 간섭할 수 없었듯 야구도 야구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얘기였다. 2004년까지 재임했던 신 사장이 분위기를 바꿔놓은 덕분일까. 삼성은 2002년 꿈에 그리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다섯 번이나 더 정상에 올랐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로 7연패를 달성한 프로배구 삼성화재 역시 프런트와 감독의 영역 구분이 명확하다. 이 팀 신치용 감독은 “선수들이 부담을 느낄까봐 단장님은 훈련도 참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와 반대로 프로배구 모 구단 단장은 툭하면 감독과 선수들을 모아 놓고 일장연설을 한다. 감독의 작전을 비난하는 일에도 거침이 없다. 단장 앞에 고개 숙인 감독의 말을 선수들이 들을까. 또 다른 구단의 단장은 ‘정신 무장’을 시킨답시고 경기를 앞둔 선수들을 한밤중에 집합시킨다. 본인이야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구단주에게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선수들에겐 고역일 뿐이다.

신 감독과 프로농구 모비스 유재학 감독을 함께 인터뷰한 적이 있다. 자기 종목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두 감독은 놀랄 만큼 생각이 같았다. 그들이 강조한 것 중 하나는 “절대로 선수를 믿으면 안 된다”였다. 팀 분위기가 좋을 때는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선수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 선수들이 한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결과가 나쁘면 나중에 책임을 물으면 된다. 맡겼으면 믿고 간섭하지 말 것, 팀 성적을 올리는 지름길이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
#프로야구#NC#삼성#프런트#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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