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가 4월 16일을 ‘국민 안전의 날’로 지정했다. 정부 재난관리 체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국가안전처가 신설됨에 따라 소방방재청이 담당하던 자연재난과 안행부가 담당하던 재난관리 기능을 국가안전처가 맡게 되는 것이다.
각 계층의 충분한 협의와 토론을 거쳐 법안을 예고하고 입법을 하기 전에 반드시 공청회와 함께 3주 동안의 공시를 통해 시행해야 하는 관행을 내팽개치고, 그 흔한 공청회 한 번 없이 졸속으로 3일 동안 공시하고, 입법 상정한다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 같아 여간 불편하지 않다.
이번 개정안은 육상에서 일어나는 긴급구조 활동의 현장 지휘는 소방관서에서, 해상은 해양안전기관으로 명확히 하고 안전점검 공무원에게 특별사법 경찰권을 부여해 안전점검 위반사항에 대한 조사권을 강화했다. 또 백화점, 극장 등 불특정 대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안전관리에 민간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하니 다행이다.
하지만 화재 진압과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하는 현직 소방관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지금 소방관 119명이 광화문에서 릴레이로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소방관을 지방직 공무원에서 국가직 공무원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해양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국가사무니까 해양 업무는 국가직으로 하고 육상에서의 각종 재난과 화재구조 업무는 지방직으로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대다수의 소방직 공무원이 지방자치단체 소속 지방직 공무원으로 시도지사로부터 예산을 받기 때문에 지금까지 충분한 인원과 장비를 지원받을 수 없었다.
이는 안전문제와 직결되어 최근 5년 동안 각종 재난 현장에서 29명이 순직하고, 1700여명의 소방관이 중경상의 부상으로 고통 받고 있다. 보상 예산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정부 지원이 평균 67%인데, 우리는 여기에 비교도 되지 않는 1.8%에 불과하다. 월 5만 원의 위험수당이 모자라, 사비를 털어 개인 안전장비를 구입한다고 하니 혀를 찰 뿐이다.
무엇보다 소방방재청이 없어지고 해양경찰청이 공중분해되어 국가 안전체계를 신설하는 데 소방방재청 인사 한 명 참여하지 못하고 개편안이 추진되고 있다. 국가안전처 신설이 또다시 안행부의 잔치로 흐를까 염려스럽다. 소방관의 노고를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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