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박인호의 전원생활 가이드]<17>전원생활이 요구하는 인간형은? 맥가이버형 인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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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의 마당과 정원은 ‘전원’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돌과 나무, 야생화 등 자연재료를 활용해 최대한 자연미를 살리는 것이 보기에도 좋다. 박인호 씨 제공
전원주택의 마당과 정원은 ‘전원’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돌과 나무, 야생화 등 자연재료를 활용해 최대한 자연미를 살리는 것이 보기에도 좋다. 박인호 씨 제공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강원 횡성군 횡성호 주변 산속에는 환갑을 훌쩍 넘긴 ‘할머니 노처녀(?)’가 살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 프랑스 파리에 유학까지 다녀온 조경 전문가. 하지만 지금 그가 사는 숲 속 보금자리는 아담한 황토집과 울타리도 없는 작은 마당, 그리고 정원이 전부다.

작은 거실에 들어서면 특이하게도 벽면 아래쪽으로 창문이 나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늘 거실에 앉아서 내 자식들과 얘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낮은 창밖으로 보이는 마당과 정원에는 그가 손수 돌보는 자식들(야생화)이 피워내는 무위의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그의 집은 자연과의 교감이 충만한 작은 안식처다. 그곳에 머무르는 그는 진정한 자연인이다.

꿈에 그리던 전원주택을 짓게 되면 누구나 멋진 조경으로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돈은 적게 들이면서 전원주택의 ‘전원’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조경을 할 순 없을까. 할머니 노처녀는 “최대한 자연미를 살려라”고 조언한다.

전원주택의 정원은 가급적 조약돌, 자갈, 판석, 통나무 및 나무껍질 등 자연 재료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조경수도 굳이 비싼 나무여야 할 필요는 없다. 어릴 적 고향 집 주변에서 흔히 보던 대추 산돌배 앵두 등 과실수와 진달래 개나리 등 꽃나무, 그리고 야생화 정도면 무난하다. 이는 주변에서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농지를 사서 그중 일부를 대지로 전용해 집을 짓고 정원을 꾸밀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대개 조경을 하다 보면 정원은 점차 대지를 벗어나 농지 쪽으로 확대된다. 정자도 세우고 연못과 산책로도 만들고 싶어진다.

하지만 불가피한 사정으로 집이나 땅을 매도할 경우 마구 확장된 ‘농지 정원’은 골칫거리가 된다.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만들고 싶다면 쉽게 원상 복구할 수 있는 산책로나 이동이 가능한 일부 시설로 제한한다.

전원에 집을 지어 입주하게 되면 한동안은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내 집 유지 관리에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파트와는 달리 전원주택은 크든 작든 하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애초 시공이 잘못된 경우라면 시공업체에 보수를 요구해야겠지만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작은 하자 정도는 집주인이 손수 처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전원주택은 애초 집짓기를 계획할 때 입주 후 유지 관리까지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전기, 물(보일러, 정화조, 지하수, 하수도)과 관련된 시설은 작동 시스템에 대해 제대로 숙지를 하고 있어야 누수 등 이상이 발생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다.

입주 후 하자 보수를 놓고 시공업체와의 갈등도 잦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사 잔금 처리 및 건축물 인도 절차를 진행할 때 시공업체로부터 건물의 설계도서(전기·설비 시공도면 포함)와 함께 하자 보증 이행 각서를 받아두는 것이 좋다.

입주 후 살아가면서 집수리나 작은 시설 등을 만들 때 필요한 공구들은 하나둘 갖춰놓는다. 전기드릴, 고속절단기, 엔진톱, 핸드 그라인더 등은 필수 공구에 속한다. 망치와 해머, 톱, 못뽑이, 흙손, 흙칼 등도 기본이다. 가능하면 용접기나 컴프레서 등도 갖춰놓으면 좋다.

한겨울에는 특히 정전과 동파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은 시골 주거생활도 도시의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전기가 끊기게 되면 화장실, 식수, 난방 등이 올 스톱되어 생활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동식 소형 발전기를 한 대 정도 마련해두면 안심이 된다.

편리한 도시와는 달리 전원에서의 삶이란 어찌 보면 ‘자립형 인간’을 요구한다. 집수리 등을 스스로 해내지 못하면 생활이 불편해지고 돈도 많이 든다. 그래서 ‘맥가이버’가 되어야 한다. 전원생활 5년 차인 필자 역시 ‘박가이버’로 거듭나기 위해 지금도 고군분투 중이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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