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은 고민하지 않으셔도 된다. 실은 김관진 대통령 국가안보실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슬쩍 떠보는 ‘쪽지 시험’이기 때문이다. 네 사람은 모두 그의 카운터파트이자 라이벌이다.
파트루셰프는 러시아 안전보장회의(SCRF) 서기이다. KGB의 후신인 연방보안국(FSB) 국장을 지낸 정보통으로, SCRF 의장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대신 실무 책임을 맡고 있다. 최근 급속히 가까워진 중국-러시아의 전략안보대화에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야치 쇼타로는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의 국가안전보장국장으로 외교안보의 총사령탑이다.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일본이 더 큰 안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아베 신조 총리의 ‘적극적 평화주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브레인이다.
리잔수는 중국 국가안전위원회 주임이다. 외교부와 군 국가안전부 공안 등 국가안보 관련 핵심조직을 총괄하는 실무 책임자이자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차기 상무위원 후보로 거론되는 거물이다.
수전 라이스는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유엔 주재 대사를 지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후임으로 거명됐을 만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미국의 세계전략을 짜는 주역이다.
난이도를 조금 높이려고 러-일-중-미 순으로 안보 컨트롤타워를 거명했다. 여기까진 김 실장이 막힘이 없으실 테고, 진짜 궁금한 건 다음이다.
Q3. 북한의 위협에 더해 4강의 패권경쟁과 합종연횡이 어지럽게 전개되는 동북아에서 국익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통일을 포함한 외교안보의 백년대계를 어떻게 세우고 있나.
이를 묻는 것은 이젠 김 실장이 나라의 안위와 관련해 최고의 지략을 짜야 할 책사(策士)여야 하기 때문이다. 국방장관으로선 “도발하면 가차 없이 응징하겠다”고 강력한 대북 경고를 날리고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으나 이젠 그것을 넘어서는 심모원려(深謀遠慮)가 필요하다. 북한과 4강의 이해관계와 속셈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국가의 앞날을 도모하는 게 그의 몫이다. 경쟁자들에게 밀리면 대한민국이 진다.
특히 4강은 역사적 부침에도 불구하고 다른 국가들을 능가하는 파워로 국제질서를 좌지우지했다. 이런 나라들이 지금 동북아에서 새 판을 짜려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된 질서가 흔들리는 비상한 국면이다.
헨리 키신저는 저서 ‘중국 이야기’에서 “두 나라 사이에 냉전이 벌어지면 태평양 양안의 발전이 한 세대 동안 중단될 것”이라며 미중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현실에서는 대립각이 첨예하다.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는 집념을 불태우며 북한과도 손을 잡으려는 아베 총리의 공세는 상상 이상이다.
방한이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핵 불용’엔 공감하되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제에 편입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하며 미중 사이의 선택을 압박할 공산이 크다. 누구의 손을 잡고, 어디로 줄을 설 것인지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달라진다. 김 실장이 적과 동지를 확연히 구분하는 군 출신의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실리를 추구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미-중-일-러와 북에 대한 맞춤형 전략을 끊임없이 숙고해야 한다. 소련과의 데탕트, 중국과의 수교 등을 이끈 키신저를 뺨칠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를 세 번째 질문의 답으로 보여줬으면 한다. 그가 집무실에 걸어놓고 연구할 대상의 사진을 김정은과 황병서 인민군총정치국장에서 더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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