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117개의 지난해 경영실적이 2012년에 비해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발표한 ‘201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 따르면 가장 높은 S등급은 한 곳도 없고 그 다음인 A등급은 16개에서 2개로 줄었다. 반면 낙제점인 E등급은 7개에서 11개로, D등급은 9개에서 19개로 늘어났다. 평가 잣대가 엄격해졌다고는 하나 공공기관 개혁을 부르짖은 정부의 구호가 무색할 지경이다.
대규모 적자에 최장기 파업까지 일으킨 철도공사, 과다한 복리후생 제도를 고치지 않은 지역난방공사 등 9개 기관은 전년보다 2등급 이상 떨어졌다. 세월호 참사로 부실 안전 점검 실태가 드러난 선박안전기술공단은 지난해 A등급에서 올해 최하 등급으로 추락했다. 2등급 이상 올라간 기관들도 방만 경영을 개선했다기보다 대내외 여건이 좋아져 덩달아 경영지표가 개선된 경우가 많았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E등급을 받거나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기관의 기관장은 원칙적으로 해임을 건의하게 돼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운영위원장을 맡은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선임된 지 6개월이 안 된 기관장은 제외’로 멋대로 룰을 바꿨다. 덕분에 낙제점을 받은 14개 기관 가운데 11곳은 면죄부를 받았고, 기관장이 공석인 1곳을 제외하고 단 2곳만 해임 건의 대상이 됐다. “개혁 실적이 부진한 기관장은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누누이 강조했던 현 부총리가 자기 말을 뒤집었으니 앞으로 어떤 공공기관이 개혁에 속도를 낼지 의문이다.
공공기관 부채는 작년에 500조 원을 넘었다. 일부 공기업들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공기업 노조들은 “국책사업 실패” 때문이라며 정부의 개혁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솜방망이 처벌까지 했으니 이 정부에 공공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기재부도 민망했는지 “2014년 실적을 엄중히 평가해 2년 연속 낙제점이면 해임 건의나 경고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의 ‘셀프 평가’로는 공공기관 개혁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독립시켜 강도 높은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