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낙인 서울대 총장, 학과이기주의부터 타파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0일 03시 00분


서울대의 새 총장으로 성낙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선출됐다. 서울대 법인화 이후 간접선거제로 뽑힌 첫 총장이다. 법인화를 한 국공립대의 총장은 간선제로 선출해야 한다. 법인화를 통해 정부 간섭이 줄어들고 대학 자율성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만큼 대학 개혁과 발전의 걸림돌로 지목된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는 조건이 따랐다. 헌법학자로 서울대 법대 학장을 지낸 성 총장은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쳐 7월 20일 임기를 시작한다. 그가 서울대 운영에 어떤 역량을 보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대는 법인화와 함께 세계적 수준의 연구역량 창출과 글로벌화 등의 목표를 내걸었다. 이를 달성하려면 총장이 최고경영자다운 리더십과 추진력을 보이면서 개혁을 주도하는 일이 절실하다. 그러나 서울대의 단과대학과 각 학과는 교수 채용과 학과 운영 등에서 강한 폐쇄성을 보이고 있다. 개별 학과의 일에는 총장도 개입하지 못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국민들이 ‘법인화 서울대’에 기대하는 것은 세계적인 대학으로의 도약이다. 이를 위해 성 총장은 향후 서울대 운영의 초점을 대학경쟁력 강화에 맞춰야 한다. 신임 총장은 첫걸음으로 학교 내 집단이기주의에 정면으로 맞설 필요가 있다. 현 상태에선 새 총장에게 아무리 혁신 의지가 있어도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나온다.

이번 간선제 방식은 실망스럽다.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최종 후보 3명을 선출했으며 이사회는 그중 한 명을 고르는 수준에 그쳤다. 직선제 때보다는 영향력이 줄어들긴 했지만 교수들의 의사가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뽑힌 총장이 교수들 눈치를 보지 않고 개혁을 추진할 수 있겠는가.

미국 명문대들은 10명 안팎의 총장선발위원회를 구성해 총장을 뽑는다. 하버드대가 2007년 드루 길핀 파우스트 총장을 뽑을 때는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400여 명의 후보를 인터뷰해 선발했다. 대학을 발전시킬 적임자를 뽑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서울대는 법인화 이후에도 해마다 4000억 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다. 서울대가 국민 세금에서 챙길 것은 다 챙기고, 기존의 무사안일 풍토를 이어가겠다면 곤란하다. 차기 총장의 선출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서울대#성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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