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영방송 KBS의 문창극 보도 “언론본분 망각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5일 03시 00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다음 달 1일 KBS 1TV ‘뉴스9’의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검증 보도의 공정성 위반 여부를 심의하기로 결정했다. KBS는 11일 “문창극 후보자가 교회 강연에서 일제의 식민 지배와 이어진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란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온누리교회의 2011년 강연 영상물 중 일부를 발췌해 보도했다.

방송이 나가자 ‘나는 꼼수다’ 멤버 김용민 씨가 “간밤에 ‘문참극’ 씨 반민족 반역사적 망언이 드러나면서 인터넷 여론이 들끓는다”고 트위터에 올리는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부터 문 전 후보자가 친일 반민족적이라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20일 MBC 방송을 통해 강연 동영상 전체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친일 반민족적이라는 견해도 있었지만 그렇게 볼 수 없다는 의견이 훨씬 많아졌다.

방송심의규정 제9조는 ‘방송은 진실을 왜곡하지 않아야 하며 편집 기술을 이용해 사실을 오인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KBS는 문 전 후보자의 말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파악하려 하지 않고 ‘방송 의도’에 맞는 것만 골라낸 측면이 있다. 어제 KBS는 보도자료를 통해 “문 전 후보자의 발언 취지를 왜곡하지 않았다”며 “사안이 막중한지라 사실 보도를 하려 노력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발표했지만 KBS 심의실에서조차 불공정한 보도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KBS 정기 시청자위원회에서도 일부 시청자위원이 ‘문창극 조작음해 보도’를 문제 삼았다. 류근일 이종덕 등 각계 인사 400여 명은 22일 KBS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KBS가 교회 강연의 일부만 인용해 문창극 씨를 친일, 반민족으로 몰아간 것은 언론의 본분을 망각한 너무도 중대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KBS는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방송과 관련해 방송위원회의 의뢰를 받은 한국언론학회로부터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공정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정성 논란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현재는 노조 파업의 여파로 길환영 사장이 물러나 사장이 공백 상태다. KBS 이사회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에 사명감을 지닌 새 사장을 조속히 선임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해야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엄격한 심의와 함께 KBS의 적폐를 바로잡는 개혁이 요구된다.
#KBS#문창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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