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전방소초(GOP)에서 근무하던 ‘관심병사’ 임모 병장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자신이 겪었던 최악의 관심병사에 관한 일화가 쉴 새 없이 올라왔습니다. 군대에 가본 적이 없는 여성들은 “관심병사가 무슨 뜻인가요?”라며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한 주간 검색어 순위에서 관심병사는 상위를 달렸습니다.
관심병사는 부대생활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다소 생소한 단어입니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 ‘관심이 필요한 사람?’ ‘인기가 많은 사람?’… 듣는 순간 머릿속엔 물음표가 맴맴 돕니다.
‘고문관’.
기자는 어렸을 때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부대 내 교회에 다닐 때 이 단어를 배웠습니다. 관심병사와 동의어지만 어감이 좋지 않아 최근엔 잘 쓰지 않는 말입니다. 말 그대로 조직에 적응하지 못해 열외의 대상이 되면서 조직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저도 고문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예배가 끝난 뒤 혼자 대열에서 빠져나와 초코파이를 들고 멍하니 걸어 다니던 상병. 사람들은 그를 고문관이라 부르며 놀렸습니다.
이번 총기난사 사건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우리 안의 임 병장’을 떠올립니다.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관심병사가 혹시 내가 속한 조직에는 없는지 생각하는 겁니다. 일을 못한다며,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며, 무시하고 방치했던 주변의 동료를 떠올립니다. 그가 임 병장처럼 어느 날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묻지 마 테러’를 벌이진 않을까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또 ‘내가 혹시 임 병장은 아닌가? 조직에 대한 불만을 풀지 못하고 마음속에서 화병을 키우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누리꾼들의 반응은 단순히 임 병장 개인을 비난하는 데에 그치지 않습니다. “조직원들의 심리건강 상태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책임이 군에 있다” “최전방 복무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이번 참사를 빚었다” “개인에게만 화살을 돌릴 게 아니라 시스템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일감 던지기, 끼리끼리 뭉치고 누군가는 왕따 시키기, ‘정상 수준’에서 벗어난다고 비난하며 낙인찍기…. 우리들이 그동안 느꼈던 조직의 병폐들이 임 병장 사건과 오버랩된 것입니다.
이런 조직문화는 마음의 병으로 이어집니다. 얼마 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5%가 “회사에 오면 무기력해지고 우울증을 겪는다”고 답했습니다. “하는 일마다 어설프다. 왜 이렇게 멍청하냐”고 비난하는 상사의 한마디에 깊은 좌절감에 빠진다고 합니다. 3년 차인 한 회사원은 “입사 후 온갖 사내 정치에 휘말려 상처를 받았다”며 “직장이 자아실현의 장이 아닌 생존경쟁의 장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했습니다. 각자가 마음속에 ‘임 병장의 분노’를 안고 살아가는 셈입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는다. 누구도 나와 같은 상황이라면 힘들었을 것이다.”
임 병장의 메모에서는 조직에서 자신의 외로움을 알아주지 않았던 것에 대한 깊은 분노가 느껴집니다. 물론 그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동료에게 총부리를 겨눈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죗값을 치러야 합니다. 부대 내에서 왕따를 당한다고 전우들을 살해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입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이번 기회에 ‘우리 안의 임 병장’을 살펴볼 필요는 없는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사회에서 이런저런 일로 상처받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기 때문 아닐까요. 내가 속한 조직에서 동료는 마음의 상처를 잘 치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이 상처를 잘 다스리며 성장해 나가고 있는지 돌아보는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나와 내 동료에 대한 위로와 칭찬, 격려의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것이 ‘우리 안의 임 병장’을 괴물로 키우지 않는 방법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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