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동부전선 일반전초(GOP)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어제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병사 5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친 지 6일 만에 나온 늑장 사과다. 김 장관은 550자짜리 짧은 사과문조차 직접 읽지 않고 백승주 차관이 대독(代讀)하게 했다. 최전방에서 발생한 참사에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 사과는 김 장관이 25일 국회에서 “사고가 난 이면에는 집단 따돌림이라는 현상이 군에 존재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희생 병사들의 유족이 반발하자 무마하는 차원에서 나왔다. 그는 “집단 따돌림이 사고의 동기가 된 것처럼 오해를 야기해 유족 여러분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희생당한 장병들의 처지를 배려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국방부와 군은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부실하게 대응했다. 동료 병사를 살상한 임모 병장이 도주한 뒤 2시간이 지나서야 최고 수준의 비상 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사망자와 부상자에 대한 응급조치도 제때 하지 않았다. 임 병장을 병원으로 후송하면서 가짜 환자를 동원해 취재진을 따돌린 경위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말을 바꿨다.
군은 임 병장이 체포되기 직전 작성한 메모 공개를 놓고 오락가락하고 있다. 김 장관은 국회에서 “유족들이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했지만 유족들은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임 병장이 자신을 ‘벌레’ ‘돌에 맞은 개구리’라고 표현한 것을 비롯해 범행 동기와 관련이 있는 메모의 일부가 언론에 보도됐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사건 발생 후 일주일이 되도록 총기난사 이유에 대해 입을 다물어 의혹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
올해 4월 GOP 소대장의 허위 보고 및 보직 해임, 22사단의 과도한 경계 부담과 기강 해이 등 구조적인 문제도 심각하다. 김 장관은 2011년 4명이 숨진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때에도 재발 방지를 다짐했으나 같은 일이 다시 발생했다. 이번 대응도 형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에 그친다면 안보 컨트롤타워인 대통령국가안보실장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