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미야의 東京小考]삼형제의 기나긴 갈등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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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질… 화해… 대립… 협력 오랜세월 얽히고설킨 삼형제
부지 경계-과거사 책임 싸고 두 형 vs 막내 또다시 눈흘겨
장남에게 보이는 그 관용 막내에게도 보여준다면 차남의 주가 크게 오를텐데…

와카미야 요시부미 일본국제교류센터 시니어펠로 전 아사히신문 주필
와카미야 요시부미 일본국제교류센터 시니어펠로 전 아사히신문 주필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3형제가 이웃하여 살고 있었습니다. 장남은 어릴 때부터 한자를 비롯해 많은 것을 동생들에게 가르쳤습니다. 막내는 공부를 좋아하는 작은형에게도 여러 가지를 배우며 자랐습니다.

하지만 체력이 약한 차남에 비해 막내는 힘이 좋고 욕심도 제법 있어 차남에게 대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금방 화해했습니다.

하지만 밖에서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형제들은 공포에 빠졌습니다. 장남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본 막내는 재빨리 밖에서 많은 것을 흡수하고 싸우는 법도 단련했습니다. 형들에게도 영향을 주었지만 이윽고 차남을 지켜준다며 강제로 땅을 빼앗아 자기 집으로 해 버렸습니다.

우쭐해진 막내는 큰형에게도 덤벼들었습니다. 집안의 지배를 노린 거죠. 심한 형제 싸움이 벌어졌는데 막내가 옆 마을 보스까지 적으로 하면서 운이 기울었습니다. 결국 보스에게 호되게 맞아 집도 불타버렸습니다.

그 뒤 마음을 바꾼 막내는 보스의 극진한 보호 아래 오로지 장사에 열중해 성공합니다. 하지만 차남에게는 다음 비극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차남에게는 문제아가 돼 가출한 쌍둥이 동생이 북방에 있는데 그가 주먹질을 해온 것입니다. 피투성이 싸움이 돼 역시 옆 마을 보스에게 구조됐지만 그때 싸움에 끼어들어 차남을 괴롭혔던 것은 장남이었습니다. 옆 마을 보스와 반목하고 있던 장남은 북쪽 문제아와 완전히 좋은 사이가 돼 있었습니다.

그때 막내는 이 싸움을 옆에서 보면서 장사가 번창하는 데만 열중했는데 그래도 보스 뒤에서 뭔가 돕고 차남을 응원했습니다. 그리고 긴 대화 끝에 이윽고 차남과 화해해 파괴된 집의 재건에 협력합니다. 차남도 옛날 원한이 남아 있었지만 부자가 된 막내와 손잡고 힘을 모으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해 차남도 몰라보게 건강해지고 집도 훌륭하게 만들어 갔습니다.

시대는 흘러 막내는 장남과도 극적으로 화해합니다. 장남도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역시 막내의 협력이 필요했던 모양으로 한동안 밀월 관계가 지속됐습니다. 장남과 차남이 대립하는 가운데 막내는 두 사람과 잘 지낸 것입니다. 과거에 형들에게 나쁜 짓을 한 것을 반성하고 사죄도 하고 집안의 평화를 위해 노력을 다해 왔다고 생각한 거지요.

그런데 다시 시대는 바뀝니다. 어느새 장남과 차남도 화해했습니다만, 장남은 타고난 체력과 능력을 살려 점점 장사를 발전시켜 막내를 능가하는 기세를 갖게 됐습니다. 차남에게 장남은 막내보다 믿음직한 존재가 된 것입니다.

한편 반성만 요구받아 온 막내는 자존심도 있고 해서 반발하는 말을 하면서 두 형을 화나게 합니다. 부지 경계 싸움도 불을 뿜기 시작해 둘은 막내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함께 ‘과거’를 들이대게 됐습니다.

형들로서는 좀처럼 과거의 상처가 안 아물지만 “반성해라”, “사과하라”는 질책만 듣는 막내도 마음의 상처가 쑤시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언제까지 사과해야 하는가”, “화해하고 그렇게 협력했는데…”라고요.

그런데 장사 성공과 함께 예전의 영광을 되찾고 싶은 장남은 부지런히 완력도 단련해 마을 안팎에서 경계와 반발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맞서겠다고 막내는 보스의 비위를 맞추며 보스가 위기 때 달려가겠다고 말을 꺼냅니다. 싸움은 일절 안 하겠다고 말해 온 막내의 변신은 다시 형들의 경계심을 불러왔습니다.

그런 가운데 장남이 차남의 집을 방문합니다. 막내는 눈을 찌푸리지만 이는 북의 문제아도 마찬가지. 막내와 문제아가 갑자기 접근한 것도 이유가 있는지 모르지만, 이야기가 복잡해지니까 그 얘기는 건드리지 말고 놔둡시다.

자신이 남에게 당한 원한은 잘 기억하는데, 남에게 상처를 준 일이나 받은 은혜는 흔히 잊어버립니다. 그런 사람이 많은 가운데 차남이 장남에게 보이는 관용은 훌륭한 일이지만 그뿐이라면 장남이 바라던 바대로입니다. 그 관용을 동생에게도 보이면서 모두 겸허하게 잘 지내자고 선두에서 이끌면 차남의 주가는 크게 오를 텐데, 어떻게 될까요…. 기나긴 삼형제의 갈등 이야기, 속편은 다음에 올리겠습니다.

와카미야 요시부미 일본국제교류센터 시니어펠로 전 아사히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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