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의 SNS 민심]청문회 탓이냐 vs 사람 탓이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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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에게 2주일 동안 넘겨주었던 언급량 1위 자리를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찾아왔다. 문 전 후보는 자진사퇴(6월 24일) 이후 언급량이 급격히 잦아든 반면에 박 대통령은 정홍원 총리 유임을 발표한 6월 26일 이후 급상승했다.

6월 25일∼7월 2일 주간 인물 언급량 순위를 살펴보면 1위 박 대통령(22만 건), 2위 문 전 후보(20만 건)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3위), 정 총리(4위), 노무현 전 대통령(5위) 순이었다. 6위는 월드컵 대표팀 박주영 선수였고 7위는 김명수 교육부총리 후보, 8위 손흥민 선수, 9위 홍명보 감독, 10위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인물 언급량 톱10 안에 전임 대통령이 3명, 월드컵 축구 인물이 3명이 들어 있는 것이 이채롭다. 즉 지난 한 주 SNS를 달군 이슈는 인사 청문회 논란과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에 따른 책임 논란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전임 대통령들은 인사 문제와 관련해 큰 언급량을 기록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명박근혜’로 많이 언급됐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의 인사 스타일 비교로 많이 언급됐다. 이에 비해 박 선수와 홍 감독은 월드컵 성적 책임론으로 도마에 올랐고 손 선수는 벨기에전 직후 흘린 눈물이 많이 회자됐다.

지난 한 주간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인사 청문회’ 키워드 언급량은 약 16만 건이었다. 청문회 이슈는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과 김명수 교육부총리 후보를 비롯한 청문 대상자 검증 문제 등 두 가지로 갈렸다.

청문회 제도가 이슈화된 것은 6월 24일 문 전 총리 후보가 사퇴한 직후 박 대통령이 “(문 후보에 대한) 청문회도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표현하면서부터였다. 이 말이 제도의 불합리성을 언급하는 뉘앙스를 주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청문회 인물 연관어 1위(3만2000건)가 박 대통령인 것은 인사 총책임자라는 점에서 당연하다. 2위는 문 전 총리 후보, 3위는 정홍원 총리, 4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주도로 이뤄진 인사 청문회법 확대 개정 문제와 결부돼 많은 언급량을 기록했다. 5위는 청와대 인사 파동의 중심인물로 평가받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었다.

그런데 정작 청문회 대상자인 김명수(교육부 장관), 한민구(국방부 장관) 후보는 6, 8위로 밀렸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김진태,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청문회 제도에 대한 언급으로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김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5공 청문회 때 노무현이 전두환을 향해 명패를 던지면서 청문회 폐해가 생겼다”는 인사 청문회 논란의 맥락에도 맞지 않는 발언을 해 ‘막말’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청문회와 관련한 지난 한 주 SNS 민심을 요약하면 제도에 대한 논란이 후보 검증 논란을 앞질렀다는 것이다. 이는 주요 청문회 대상자가 인물 연관어 후순위로 밀린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본격적인 청문회가 시작되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한편 청문회 제도를 둘러싼 SNS 여론은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현 인사 시스템의 문제라는 지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만큼 문 전 총리 후보와 정 총리 유임에 대한 부정 여론이 컸던 때문으로 추정된다. 역사관이나 개인 비리 등의 문제가 있는 후보자를 추천한 인사 검증 시스템의 문제를 신상 털기 같은 부작용을 갖고 있는 청문회 제도 문제보다 훨씬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사 청문회 긍·부정 연관어 1위는 ‘참사’였다.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던 정 총리 유임에 관한 문제 제기와 ‘인사 참사’라는 말이 보태진 결과다. 2위는 ‘자진사퇴’가 올랐고 이 밖에 (인사) ‘실패’, (청문회를) ‘탓하다’, (일부 후보자의) ‘표절’이 긍·부정 연관어를 장식했다. ‘낙마’ ‘의혹’ 같은 용어도 많이 언급됐다.

역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잡음 없는 인사를 한 예는 드물다. 청문회 제도는 이를 사전에 검증해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마련한 제도이고 이것은 보수나 진보 같은 진영 문제를 넘어선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세 번의 대연정을 통해 국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 지금도 연정을 통해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진영의 울타리를 벗어나 보다 폭넓은 인재 풀을 갖고 도덕성과 능력이 검증된 인사를 임명하는 것이 집권 2기 국정 운영에서 보여줘야 할 박 대통령의 핵심 리더십 아닐까.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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