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상시적으로 만날 순 없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5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이 조만간 5자(者)회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제 청와대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위한 만찬장에서 새누리당의 이완구 원내대표가 만찬 도중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원내대표와 함께 박 대통령에게 다가가 “대통령께서 청와대로 불러서 한번 회동하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박 대통령이 “그렇지 않아도 곧 한번 뵙겠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인 출신인데도 야당 인사 만나는 것을 꺼린다는 인상을 준다. 취임 이후 야당 지도부를 만난 것은 작년 9월 국가정보원 개혁 문제와 관련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 간의 3자회동 한 번뿐이었다. 박 대통령은 ‘나는 국정을 챙길 테니 정치는 여야가 알아서 하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협소한 인식이 인사 실패와 국정 파행을 부르고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국정과 정치는 한 몸과 같은 존재다. 정책을 만드는 것도, 정부 조직의 개편도, 주요 인사(人事)와 예산도 국회를 거치지 않고는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원활한 국정 수행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세월호 사고 이후 국가개조 차원에서 마련한 각종 법안도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일을 대통령이 전적으로 여당에만 맡겨놓고 방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야당도 집권 가능한 대안정당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려면 어차피 정책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려면 여당과 대통령의 협조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야당의 1차 협상 상대는 여당이므로 무조건 대통령과 담판을 짓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따라서 특별한 현안이 있을 때만 야당이 대통령을 만나기보다는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상시적으로 만남의 기회를 갖는 것이 국정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회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