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자는 1956년 9월 태어났다. 둘째 언니 영숙은 만자 기저귀도 갈아주고 엄마 노릇까지 했다. 만자는 “영숙 언니는 대리모(代理母)나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촌스러운 이름이지만 막내라서 만자로 불렸다고 한다. ‘영명’이라는 이름보다 만자가 지금도 훨씬 친근하단다. 블로그 ‘만자 이야기’에 나오는 새누리당 정몽준(MJ) 전 의원의 부인 김영명 여사 얘기다.
▷만자는 미국 명문 웰즐리여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지만 정치 꿈을 펼치지는 못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23살 때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아들 MJ와 결혼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한 1979년 10·26 사태 석 달 전이다. 그리고 2남 2녀를 낳아 기르는 평범한 주부가 됐다. 김동조 전 외무장관 딸이라는 좋은 가문과 학벌을 생각하면 사회활동에 뛰어들 법도 했지만 재벌가 며느리로 자족한 듯했다.
▷2002년 MJ가 ‘국민통합21’ 신당을 만들어 대통령후보로 나왔을 때 우아한 만자의 모습은 화제였다. “학벌이나 외모, 스펙이 남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소리가 나왔다. 대선을 하루 앞둔 밤 노무현 후보가 단일화 약속을 깼다며 따지러 왔을 때 만자는 대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될 수 있었던 울산에서 내리 6선을 한 MJ가 2012년 큰 정치를 꿈꾸며 떠밀리다시피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자 만자는 주민에게 바짝 다가서는 모습이었다. 6·4 서울시장 선거 때는 박원순 시장 부인이 꽁꽁 숨은 것과 대조적으로 남편 옆에서 선거운동을 적극 거들었다.
▷새누리당이 MJ 지역구였던 동작을에 김영명 카드를 검토했다고 한다. ‘한풀이 선거판’에서 정치인의 아내가 출마하는 경우는 본인 사망이나 구속일 경우 동정표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 과거 박철언 씨가 옥중에 있을 때 대구에서 부인 현경자 씨가 보궐선거에 출마해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김영명의 출마에 대해 MJ 측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잘랐다고 한다. 아내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MJ는 외조 남편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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