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판다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중국 쓰촨 성이 고향인 자이언트 판다. 100kg이 넘는 큰 덩치에도 누구나 보는 순간 홀딱 반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행동심리학자들은 귀여운 생김새와 장난꾸러기 같은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보호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야생 개체수는 1600∼3000마리로 추정된다. 생태계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멸종위기종인 동시에 중국 외교의 첨병이라고 할 만하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역사적 중국 방문에서 한 쌍의 판다를 선물로 받았다. 이른바 ‘판다 외교’의 행보를 본격화한 것이다. 이후 판다 외교는 진화를 거듭한다. 첫 단계로 1972∼1984년 서방 국가들과 우호 관계를 맺을 때 판다를 활용했다. 1984∼1998년 ‘선물’은 ‘임대’로 변했다. 당의 개방정책에 발맞춰 자본주의적 모델을 학습한 결과다. 2008년 이후는 외교보다 자국에 필요한 우라늄 같은 자원이나 새로운 기술을 제공하는 나라들로 임대 기준이 달라졌다.

▷최근 방한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판다를 한국에 ‘선물’했다. 이르면 내년에 ‘살아있는 봉제인형’ 같은 판다를 국내서 만나게 될 것 같다. 1994년에 이어 두 번째 방한이다. 당시 한중 수교를 기념해 한국에 왔던 판다 한 쌍은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4년 만에 조기 귀국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짜는 아니다. 연간 100만 달러의 임대료, 하루에 먹어대는 대나무 40kg을 포함한 엄청난 식대, 중국서 파견하는 사육사 인건비까지 부담한다. 그래도 판다를 빌리고 싶어 목매는 나라가 많다. 2011년 판다 한 쌍을 임차한 영국 에든버러 동물원은 70만 파운드 적자에 허덕이다 1년 만에 150만 파운드의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디즈니, 러시아의 볼쇼이 발레와 같이 판다는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다. 소유권은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외화벌이도 하고 상대 국가와는 친선을 다질 수 있으니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다. 세계무대에서 슈퍼스타로 대접받는 판다에 필적할 아이콘을 한국 외교도 개발했으면 좋겠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중국#외교#판다#시진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