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세 측근 꽂아 넣기’가 새정치식 전략 공천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0일 03시 00분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7·30 재·보궐선거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과 관련해 “저와 인연 있는 사람이 최적의 후보일 때는 ‘자기 사람 챙기기’라고 하고, 인연이 있는 사람이 선정되지 않으면 ‘자기 사람도 못 챙긴다’고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금태섭 전 대변인을 비롯한 측근들의 공천이 잇따라 실패로 돌아간 데 대한 안 대표 나름의 항변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 대표를 포함해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이번 공천이 과연 떳떳한 것이었는지는 수긍하기 어렵다.

새정치연합은 금 전 대변인의 공천이 어려워지자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서울 동작을에 공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인 기 전 부시장은 동작을에서 14년간 꾸준히 활동해온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의 20년 학생운동 동지다. 동작을에 신청했던 금 전 대변인을 수원 영통에 돌려막기식으로 공천하려던 시도 역시 당내 반발과 “동작 아닌 지역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본인의 고사로 체면만 구긴 채 끝났다. 이번 사태는 안 대표를 포함한 당내 실세들의 ‘내 사람 심기’라는 계파 정치에서 비롯됐다. 안 대표가 이를 놓고 “하느님인들 비판 받지 않을 방법이 없다”고 말한 것은 본질을 잘못 짚은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광주 광산을에 ‘광주의 딸’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전략 공천했다. 그는 지난 대통령선거 때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경찰 수뇌부의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으나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많다는 것이 법원의 1, 2심 판결이었다. 새정치연합이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천정배 전 의원의 경선 참여를 배제한 것도, 기 전 부시장을 동작을로 돌린 것도 권 씨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냐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나온다. 권 씨의 공천은 당시 폭로의 순수성에도 의구심을 갖게 한다.

논란과 비판을 초래한 공천들이 예외 없이 전략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진 것도 주목할 일이다. 전략 공천은 경선 등 상향식 공천이 현역 의원과 지역 유지 등에게 유리하게 흐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역량 있는 신인을 등용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번 공천에서는 전략이나 새 정치와는 무관하게 몇몇 실세들의 측근을 편법으로 꽂아 넣기 위한 사천(私薦)으로 악용하는 구태가 되풀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안철수#7·30 재·보궐선거#공천#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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