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언론과 야당을 통해 제기된 40여 가지 의혹에 대해 단 한 건도 속 시원히 해명하지 못했다. 그는 교육자다운 뚜렷한 교육철학도 밝히지 못했고, 의원들의 질문에 동문서답을 계속했다. 답변 내용과 태도를 종합해 보면 부총리에 걸맞은 판단력과 소통 능력을 지녔다고 보기 어렵다. 그가 자진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김 후보자는 제자 논문 가로채기, 연구비 부당 수령, 연구실적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당시 학계의 문화나 분위기 등을 감안해 판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이 “과거 관행이고 (앞으로) 엄격한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데 제도를 만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하여튼 성실히 임해서… 그것밖에 더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해 보는 이를 실소케 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꿈과 끼를 실현시키는 교육을 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교육정책을 묻자 “구체적으로 생각은 못했는데, 다양한 인력이 있으니까 그것을 활용해서…”라며 얼버무렸다. 청문회는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 외에도 정책에 관한 소신과 집행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자리다. 한 달 가까이 청문회를 준비하면서도 이런 답변밖에 하지 못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정부조직법이 개편되면 교육 사회 문화 분야를 총괄하게 될 사회부총리 역할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는 “협업과 분업을 통해서 대화하고 소통해 역할 조정자의 역할을 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알맹이 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그는 의원들의 질문에 자주 엉뚱한 대답을 해서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으로부터 “제2의 윤진숙 장관을 보는 것 같다. 수준 미달의 후보자로 사퇴를 요구한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박 대통령은 첫 내각 구성 때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자질 논란에 휩싸이자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임명했지만 윤 장관의 부적절한 언행이 잇따르면서 10개월 만에 해임했다. 윤 장관 임명은 정권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앞으로 교육부 장관에게는 법외(法外)노조인 전교조와의 갈등, 공교육 정상화 같은 현안이 산적해 있다. 말귀도 못 알아듣는 김 후보자가 사회부총리로서 노동 복지 현안까지 총괄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박 대통령은 청문회를 통해 자질 부족을 드러낸 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