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북 부안 여행길에 스마트폰 검색창에 입력했던 문구입니다. 전날 술을 조금 많이 마셔 아침으로 죽이 먹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뒤에 ‘오빠랑’을 넣은 이유는 뭘까요? 사실 저 세 글자가 ‘매직 키워드’입니다. 여자 분들이 보통 오빠라고 부르는 남자친구하고 다녀온 음식점을 평가해 인터넷에 올린 글을 찾아주기 때문입니다.
이 검색 방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신종 맛집 검색법이라고 올라온 내용을 따라해 본 겁니다. ‘지역명+맛집’으로 검색하면 보통 광고성 글이 뜨지만 ‘지역명+오빠랑’을 찾으면 진짜 솔직한 리뷰가 뜬다는 얘기였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반신반의했는데 다른 분들이 SNS에 올린 검색 결과를 보니 믿을 만하더군요.
이렇게 검색할 때 주의해야 할 건 ‘서울+오빠랑’이 아니라 ‘경리단길+오빠랑’처럼 지역 이름을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는 점. 저처럼 먹고 싶은 메뉴까지 구체적으로 쓰면 더 좋습니다. 꼭 여행지가 아니라도 급하게 약속을 잡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검색법입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주로 오빠랑 데이트가 많은) 20, 30대 여성이 좋아하는 가게가 많이 나오다 보니 음식 맛보다는 분위기 위주로 골라주기도 하고, 젊은이들 입맛에 맞춰져 있다 보니 어르신들 입맛에는 잘 맞지 않는 가게들이 좋은 평가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음식점에서 직접, 또는 음식점에서 돈을 받고 올린 홍보성 블로그에 ‘낚이는(속는) 것’보다는 낫겠죠.
이런 검색법을 알게 되면서 같은 남자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 남자들 과연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렵사리 맛집을 찾아낸 뒤, 직접 운전해 여자친구를 모셔가고, 신용카드를 꺼내 계산까지 책임졌을 남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한테 돈 쓰는 걸로 남자가 쪼잔해지면 안 됩니다. 또 외신을 보면 데이트 비용을 남자가 더 많이 내는 건 거의 전 지구적인 현상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페이스북에서 “한국 여자들은 왜 그럴까”라는 페이지가 인기를 끌었던 걸 보면 뭔가 잘못되고 있기는 한 모양입니다. 이 페이지에 올라오는 사례는 남자친구를 ‘스폰서’처럼 보는 아주 극단적인 케이스가 대부분이지만 ‘빅데이터’로 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는 자기 트위터(@diegobluff)에 “식당이나 카페에서의 카드 사용 통계를 보면 여성 회원의 사용이 더 많은 장소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 여성 취향의 장소도 마찬가지. 이는 남성들의 지불이 압도적으로 더 많기 때문. 불쌍한 남자들, 언제까지 이러고 사실 건가” 하고 썼습니다. 광고 회사에서 방송 시청률을 볼 때도 25∼35세 여성 시청률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같은 나이 또래 남성을 겨냥한 상품은 남성만 관심을 갖지만, 여성용 상품은 여성은 물론이고 ‘오빠’도 지갑을 열 확률이 작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즘 미혼 남성들 사이에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보다 여친남(여자친구 친구 남자친구)이 더 무서운 존재라죠. 결혼하고 나면 아친남(아내 친구 남편)이 그렇습니다. 어쩜 다들 그리 키도 크고 잘생기고 돈도 잘 버는지요. 요리마저 잘합니다. 그래서 혹시 나만 뒤처질까 하는 걱정에 더 무리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정말 ‘오빠’라고 불리는 가격표에는 정말 부담되는 액수가 써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오빠라고 불리고 싶은 게 남자들 본능이니 말입니다. 페이스북에서 4만 명 가까이 ‘좋아요’를 누른 SNS 기반 매체 ‘ㅍㅍㅅㅅ(www.ppss.kr)’를 만든 이승환 씨마저 자기 개인 계정에는 “나한테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들 집합한다. 1번부터 군번 매긴다. 실시!”라고 쓸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 오빠가 생각하건대, 수요가 많으니 ‘오빠’ 가격이 점점 올라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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