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놓치면 너무 멀리까지 함께 가야 한다 우선 나부터 식혀놓고 봐야 한다 접촉은 사고가 아니잖아
서로의 몸을 더듬다가 머뭇머뭇 제 갈 길을 갔던 그 개미들은 언제 다시 접촉했을까 결국 사고치고 잘 살았을까
우리나라의 야생초는 3000여 종이란다. 우리나라와 면적이 비슷한 영국은 2000여 종, 그만큼 우리나라 기후가 좋다는 얘기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에 꽃을 피우지 않는 야생초가 늘었단다. 식물이 싹 나고 잎 나고 꽃 피려면 그 시기에 맞는 기후가 필요한데, 봄은 있는 둥 마는 둥 하고 여름이 엄청 길고 무더워진 여파라고 한다. 이대로 가면 그 야생초들은 멸종될 테다. 인간도 자연이기 때문에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더 게을러지고(나만 그런가…), 우리 고유의 은근한 정서도 불같은 성질로 바뀐 듯하다.
바쁜 출근길에 자동차 접촉 사고가 나면 놀라고 성가실 테다. 하지만 이왕 난 걸 어쩌겠는가. 사과할 거 사과하고 물어줄 거 물어주고, 피차 갈 길 가면 될 텐데 ‘잔뜩 인상을 쓰더니/대뜸 웃통부터 벗’는 사람이 있다. 몸매에 자신 있는 사람인가 보다. ‘아니 다짜고짜 길에서 이러면 날더러/얼굴이 홧홧 달아올라’, 화자는 상대편의 한판 붙어보자고 위협하는 보디랭귀지를 짐짓 섹슈얼한 해석으로 눙친다. 접촉 사고도 인연이다. 열 받은 머리를 식히고, ‘접촉’이란 말과 ‘사고’라는 말을 에로틱하게 헤아려 웃으면 ‘너무 멀리 함께’ 가지 않으련만.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우리나라 교통사고 현장의 다반사가 연출되려나 보다. 구경하기도 더운 날이다. 자동차 사이에서도 사람 사이에서도 안전거리를 지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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