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광주의 딸’ 권은희 공천을 보는 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2일 03시 00분


새정치민주연합이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공천한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지난해 4월 민주당에서 ‘광주의 딸’이라는 칭송을 받고는 “경찰의 딸로 불러 달라”고 말했다. 그는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벌어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할 때 김용판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축소 수사를 하도록 외압(外壓)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폭로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야권에서 대선 불복 논란이 확산됐다. 권 씨는 자신의 공천이 발표되기 열흘 전까지만 해도 출마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일축했으나 9일 공천을 수락하고 정치에 뛰어들었다.

법원은 김 전 청장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권 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1심 재판부는 “권 씨의 진술이 객관적 상당성과 합리성이 없어 믿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2심 재판부도 “다른 증인들의 증언과 객관적 사실을 배척할 만큼 신빙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 같은 사실관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권 씨는 공직자로서 뚜렷한 근거가 없는 주장을 내세워 10만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조직 기강을 흔들었으며, 사회적으로 정쟁만 심화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그런 사람을 전략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후보로 결정한 새정치연합에선 사법부를 존중하는 공당(公黨)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권 씨는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기 전에 자신의 주장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렸어야 했다.

더구나 권 씨는 새정치연합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받아들여지는 광주에서 공천을 받음으로써 자신의 폭로가 정치적 보상을 기대했거나 또는 정치적 거래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앞으로 공직사회에 불만이 있거나 특정 정당에 편향되어 있는 공무원들은 ‘폭로 한 방’을 통해 권 씨처럼 두둑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믿게 될지 모른다. 정말 순수한 정의감과 사명감의 발로에서 내부 비리를 폭로하려는 공무원들까지 “정치를 하려고 저러나”라는 식으로 매도당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이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한 기동민 후보를 빼서 서울 동작을로 돌리고 중진 천정배 전 의원에게는 경선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도 권 씨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주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를 공천한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새정치민주연합#광주#국회의원 보궐선거#권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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