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거짓말한 정성근 후보자, 장관 자격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2일 03시 00분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그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이 났다. 1987년 분양받은 조합 아파트를 전매 금지 기간에 팔고서도 팔지 않았다고 했고, 거주한 적이 없으면서도 거주했다고 또 한 번 거짓말을 했다. 야당 의원이 이 아파트를 구입한 당사자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자 비로소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다 드러났는데 뭘 그렇게 거짓말을 하느냐”는 질문에 잡아떼다가 나중에 “아내가 전화를 걸어왔다”며 “기억에 의존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고 둘러댔다.

참으로 구차하다. 당시에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몇 배의 전매 차익이 생길 때여서 분양 아파트에 대해서는 의무 거주기간(3년)이 있었다. 위반할 경우 상당한 양도소득세를 부과했다. 그때는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많아 ‘관행’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몰라도 장관 후보자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섰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처음부터 작정한 듯 거짓말을 했고, 거짓이 들통 난 뒤에도 “오래된 일” 운운하면서 변명으로 일관했다.

도덕적인 흠결과 거짓말은 차원이 다르다. 신뢰를 바탕으로 공무를 수행해야 할 공직 후보자로서 거짓말은 중대한 결격 사유다. 선진국의 윤리 관련 규정과 부패 방지 법규에는 ‘인테그리티(integrity)’라는 단어가 반드시 들어간다. 정직성과 청렴성, 또는 고결함으로 번역되는데 모두 인격과 관련되어 있는 말이다. 2009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지명 철회와 2010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거짓말이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 현 정부에서도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거짓말 의혹에 위증 논란까지 겹쳐 낙마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성근 후보자와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과연 장관 자격이 있는지 인사청문회 영상을 살펴본 뒤 판단하기 바란다. 만에 하나 정 후보자가 문체부 장관이 된다면 공무원 사회에서 적당히 거짓말로 둘러대 위기를 모면하려는 문화가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성근#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국회 인사청문회#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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