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19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한 범죄 영화다. 조직폭력배와 부패 공무원이 결탁해 전성기를 맞다가 1990년대 초반 범죄와의 전쟁을 거치면서 서로 배신하는 내용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배우 최민식은 전직 비리 세관원 최익현으로 열연한다. 이 영화에는 최익현이 권총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실탄은 장전돼 있지 않다. 한국에서 아직 조폭이 총기를 실제 사용한 적은 없다.
▷부산에선 러시아 선원들이 권총을 들여오다 적발된 사례만 최근까지 10여 차례다. 20년 전 러시아제 권총 1정과 실탄 100발의 암거래 가격은 10만 원이었다. 부산을 거점으로 러시아 마피아가 무기 밀거래를 한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국내 조폭 중에도 러시아 등에서 들여온 권총으로 무장한 조직이 있을 것이다. 2003년 부산에서 러시아 마피아 킬러가 다른 마피아 조직 간부를 소음기를 단 권총으로 사살하고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국내 조폭은 문제를 시끄럽게 만들 소지가 있는 총기 사용을 꺼린다.
▷최근 광주에서 폭력조직 신서방파 간부가 집에 권총 1정과 실탄 30발을 숨겨둔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국내에서 족보가 있는 폭력조직 간부가 권총을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검찰 관계자는 “총기로 무장한 조폭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닌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검 강력부는 1998년 불법 총기 및 밀매조직을 적발한 일이 있다. 당시 청주의 한 폭력조직의 행동대원이 총기를 사들인 사실이 드러났다. 일제 소총 등을 개조한 것을 폭력조직에 팔아넘긴 최초의 사건이었다.
▷한국은 국제 범죄 활동에서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러시아 마피아, 중국 삼합회, 일본 야쿠자 이외에도 베트남 필리핀 태국 방글라데시의 신흥 조직까지 뿌리를 내리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세력 확장을 위해 국내 범죄조직과 손을 잡기도 한다. 이들이 몰래 들여온 총기가 국내 폭력조직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권총 조폭은 시민은 물론이고 경찰관들에게도 아주 위험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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