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게 물었다. “여러 적폐를 어떻게 뿌리 뽑을 것이냐?” 김 후보자의 답변에 ‘빵’ 터졌다. “제가 뿌리 뽑거나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한참 골똘히 생각하더니) 제가 뿌리 뽑는다고 하면 또 가만히 계시겠습니까?” 치과의사에게 멀쩡한 이를 뽑아 달란 것도 아닌데 이런 ‘기발한 답’이 돌아왔다.
월드컵 때문에 풀죽은 누리꾼들은 모처럼 신이 났다. “청문회를 낭만적으로 생각했다. 30초만 숨쉴 시간을 달라”는 김 후보자가 측은했는지 누리꾼들은 “그래쩌요∼(아이를 달랠 때 하는 혀 짧은 소리)”라며 위로한다. 이렇게 장관직도, 국가 교육도 희화화됐다.
청와대에선 “김 후보자에게 고맙다”는 말까지 나왔다. 청문회 전까지 온갖 의혹에 휩싸인 그의 임명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나 고심했겠나. 하지만 ‘개콘 청문회’로 박 대통령의 고민을 덜어줬다는 반어법이었다. 김태년 의원은 “(김 후보자를)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올려놓고 바보로 만든 청와대 사람들은 참 나쁘다”고 했다.
왜 이런 ‘나쁜 선택’을 했을까. 청와대 내에선 김 후보자의 추천자로 지난 대선 때부터 박 대통령에게 교육 분야 조언을 해온 A 씨를 꼽는 이가 많다. A 씨를 아무리 신뢰한다 해도 박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만나 ‘면접’을 봤다면 이런 선택을 했을까 궁금하다. 이번 개각은 ‘국가 개조’를 위한 인적 쇄신이 아닌가. 그것도 부총리를 시키려는 장관 후보자였으니 만나보지 않았다면 그게 뉴스다.
김장수 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에 임명되기 전 노 대통령의 호출을 두 번 받았다. 처음엔 권양숙 여사까지 셋이서 와인을 마시며 잡담을 나눴다고 한다. 일종의 면접이었다. 다음엔 개각 발표에 앞서 송민순 이재정 김만복 등 차기 외교안보라인 수장들과 함께 노 대통령을 만났다. ‘사전 미팅’ 자리였던 셈이다.
현 정부에선 어떨까. 정부 출범에 앞서 대통령수석비서관에 내정된 B 씨의 경험이다. 그는 박 대통령(당시 당선인)과 아무런 인연이 없었다. 대통령 당선인 집무실로 출근하면서 당선인을 만날 순간만 기다렸다. 최소한 자신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그가 박 대통령과 처음 얘기를 나눈 것은 취임 후 사흘이 지난 뒤였다.
노무현 정부는 이기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온갖 의혹으로 사흘 만에 낙마하는 최악의 인사 참극을 겪은 뒤 장관 인사청문회를 도입했다. 김 후보자도 공교롭게 같은 자리다. 이는 인사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라는 ‘하느님의 뜻’인지 모른다.
이런 방안은 어떤가. 국회가 장관 후보자를 복수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면접을 본 뒤 한 명을 선택해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특별감찰관처럼 말이다. 인사 책임을 대통령과 국회가 나눠 지면 청문회의 품격도 확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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