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감원·금융위의 태만이 동양그룹 사태 불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5일 03시 00분


투자자 4만여 명이 1조7000억 원에 이르는 피해를 본 동양그룹 금융사고의 원인은 ‘금융당국의 업무 태만 때문’이라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어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3개 시민단체의 공익감사 청구에 따른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동양사태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수차례 방치했다”고 밝혔다.

동양그룹은 재무상황이 악화되자 고수익을 낼 수 있을 것처럼 투자자들을 유혹해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등을 판매했다. 2012년 2월 예금보험공사가 금감원에 이런 불완전판매(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를 보고했는데도 금감원은 동양그룹에 “내부 통제를 강화하라”는 통지문만 달랑 보냈다. 이 때문에 2013년까지 1조 원 이상 판매액이 불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위도 2006년부터 동양증권이 계열사 CP 판매를 계속 확대해 투자자의 위험을 키웠지만 2008년 관련 규정을 정비하면서 정작 ‘계열사 지원 금지 규정’을 삭제했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은 대주주에 대한 부당 지원 소지가 있음을 알면서도 “동양메이저가 간절히 자금 지원을 요청해” 2008년 1400억 원을 대출해줬다.

동양그룹 사태 뒤에는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몰려든 투자자들의 책임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금융시장과 기업의 이상(異常) 징후를 미리 포착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동양그룹에 대한 감독과 제도 정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금감원과 금융위의 총체적 부실이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다시 확인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선박 도입 단계부터 증선, 운항 관리에 이르기까지 관리당국의 업무 태만과 비위가 집약된 총체적 부실 때문”이라는 감사원의 중간 감사 발표가 연상될 정도다.

최근 몇 년 사이 신용카드사에서 1억 건 이상의 개인정보 유출이 일어나는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징계 방침을 밝히고도 아직도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정부에서 제도를 담당하는 금융위와 감독을 담당하는 금감원으로 나뉘어 관피아(관료+마피아) 밥그릇만 늘려 놓았다. 그러고도 할 일을 안 해 금융사고를 키웠으니 세금이 아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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