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무성 대표, ‘마마보이黨’에서 벗어나 국정 주도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5일 03시 00분


어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비박(비박근혜)계의 대표 격으로 분류돼온 김무성 의원이 압도적 표차로 1위를 차지해 대표에 선출됐다.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격인 서청원 의원이 2위, 비박계의 김태호 의원과 중립 성향 이인제 의원이 각각 3위와 4위다. 친박이 주류에서 밀려나고 비박계가 전면에 등장한 것은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의 변화를 바라는 민심과 당심(黨心)의 분출로 해석된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침체에 빠진 경제와 무능한 정치를 걱정하는 국민 앞에 야무진 비전도, 희망도 보여주지 못했다. 김무성 서청원 의원은 줄 세우기와 세(勢) 과시, 네거티브라는 구태만 보여줬다. 새누리당 부설 여의도연구원 조사에서 새누리당은 대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정당(40.4%)으로 꼽혔다. 이전 새누리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만 쳐다보는 ‘마마보이 정당’ 앞에 서 있었을 뿐 집권여당에 걸맞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가 벌써 레임덕에 들어섰다는 소리를 듣게 된 데는 새누리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

김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면서 집권여당이 왜 존재하는지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세월호 참사와 잇단 인사실패, 미중일(美中日)의 충돌 가능성과 북한의 도발 속에 정치와 경제가 변화의 발길을 제대로 내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이 자리에 참석해 “우리가 힘을 모아 국가 혁신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대권에 뜻을 둔 사람이 대표가 되면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레임덕을 부추길 것”이라던 서 의원의 우려가 기우였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현안을 놓고 계파적 이해관계에 얽매이거나 2016년 총선 공천권과 2017년 대선을 둘러싸고 집안싸움을 벌인다면 정권의 레임덕은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김 대표가 약속한 대로 여당으로서 국정운영 뒷받침은 확실하게 하되, 여론을 가감 없이 전달하면서 쓴소리도 두려워하지 않아야 박근혜 정부도 민심과 엇나가지 않는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

전임 황우여 대표는 ‘친박 끼리끼리만의 독선에 빠져선 안 된다’는 2년 전 전당대회 직후의 고언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김 신임 대표도 비슷한 권력의 오만에 빠지지 않기 바란다. 우선 2기 내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임명에 대해 박 대통령이 조속한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새누리당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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