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그제 첫 기자간담회에서 “기업들의 사내(社內)유보금이 시중에 흘러가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며 ‘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세(課稅)와 적절한 인센티브 제공’을 거론했다. 내수 부진을 해결하려면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이 함께 늘어나야 한다는 인식에는 공감하지만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물리는 식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큰 한심한 발상이다.
사내유보금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에서 세금을 내고 주주들에게 배당을 한 뒤 회사 내에 적립해 놓은 돈이다. 공장 토지 등 비현금성 자산이 많고 현금성 자산은 전체 액수의 15∼20% 수준이다. 10대 그룹 81개 상장 계열사의 사내유보금은 3월 말 현재 516조 원으로 5년 전보다 90% 늘었을 만큼 증가 속도가 빠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법인세를 납부한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다시 세금을 물리는 것은 이중과세다. 법인세를 증세하는 결과로 이어져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투자를 위축시키게 된다. 사내유보금에 과세를 하면 주주들에 대한 배당이 대폭 늘어날 것이다. 현재 주요 대기업의 외국인 주주 지분이 5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배만 불릴 수 있다. 배당 이외에 종업원들의 임금을 높이는 방안도 있지만 사내유보금에 여유가 있는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더 확대하는 부작용이 따른다.
기업들은 돈을 벌 수 있으면 빚을 내서라도 투자에 적극 나선다. 사내유보금 급증은 한국의 투자 환경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증거다. 기업을 옭아매는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하는 것이 사내유보금을 신규 투자로 돌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게 하는 근본적인 해법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어제 부동산시장 침체 원인의 하나로 거론된 2주택자 전세보증금에 대한 임대소득 과세 방침을 철회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찬반 양론이 있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선 불가피한 선택이다. 정치권도 분양가 상한제의 제한적 운용을 비롯해 현재 국회에서 잠자는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들을 신속히 처리해 꽉 막힌 경제의 숨통을 터야 할 것이다.